창립 30주년, ‘눈에 보이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

정치 1번지 여의도의 심장부 한복판에 자리 잡은 ‘여의도 연구원’.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무게 만큼이나 영욕의 세월 속에서 보수 정당의 승리 방정식과 늘 함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1995년 민주자유당에 의해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정당 정책 연구원. 그 위상에 걸맞게 2013년 새누리당 시절에는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격상되었다. 특히 여론조사 적중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거기에 더해 장기적인 국가 비전과 전략 연구,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 중심 정당을 선도하며 한 때는 국민 통합, 혁신과 개혁, 경제적 자립, 평화통일 등 보수의 핵심 가치를 주도적으로 생산하는 말 그대로 싱크탱크 그 자체였다.
그러나 국민의 힘 체제로 접어든 2020년 이후 명성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복지, 교육, 교통 등 17개 분야에서 150개의 정책 과제를 선정했다고는 하나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말 그대로 각종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조직의 역할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며 정확한 예측력이나 정책 생산성이 제대로 드러난 적이 있었냐는 자조섞인 비관론이 대세다. 특히 2024년 4·10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패배를 막지 못했고, 내부 전략조차 부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보수의 재기를 손에 쥔 '여연'의 변신은 불가능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요'가 답이다. 최근 극우정당의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그래도 '여연' 밖에 없다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때마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후보 경쟁력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과거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90% 이상의 정확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최근 조직 개편과 함께 청년 정치 육성, 지역 밀착형 정책 개발, AI 기반 분석 역량 강화 등을 내세우며 변화를 꾀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시도지만, ‘눈에 보이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당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기관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독립성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통찰이다. 여연은 이제 단순한 선거 예측 기관이 아니라, 보수 정치의 철학, 이길줄 아는 전략을 재구성할 수 있는 싱크탱크로서의 위상 회복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빗나간 예측의 대명사’라는 패배 의식만 계속 남을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않았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여의도연구원이 이번에는 말이 아닌 실력으로 그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을지,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창권 大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