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과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대한 관세 발표를 수주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러(미국-러시아) 정상회담 등 다른 현안에 집중하고 있어, 원래 이번 주로 예정됐던 발표가 미뤄질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당초 5~6월 사이에 보고서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 연기 끝에 7월 말에도 2주가 더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다음 주쯤 의약품 관세를 발표하겠다”며 초기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한 뒤 1년에서 1년 반 내에 150%, 이후 250%까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로이터 통신은 유럽연합 및 제약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발표가 최소 몇 주 뒤로 미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8월 말까지 관세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다른 사건 전개에 따라 시점이 변동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 운영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 역시 “반도체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하고 의약품 조사는 이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발표까지 몇 주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은 관련 보도가 추측에 불과하다며 발표 시점과 세부 사항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행정명령에 서명해 보건복지부에 약 26종의 주요 의약품 목록을 작성하고, 해당 약품의 활성 성분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활성 의약품 비축고’ 구축을 지시했다.
브라질에서는 같은 날 룰라 대통령이 미국의 고율 관세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브라질 주권 계획’을 발표했다. 이 패키지는 수출업자에 총 300억 헤알(약 71억 싱가포르 달러)의 신용을 제공하고, 대체 시장을 찾기 어려운 제품은 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 대신 협상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스위스 간 무역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스위스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약 3분의 2의 스위스 국민이 정부의 양보에 반대하고 있으며, 41%는 스위스 기업의 대미 대규모 투자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7일부터 미국은 스위스산 제품에 39%의 상호 관세를 부과해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의 관세율을 기록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