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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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스테이블 코인의 급속한 확산이 유로화의 통화 주권을 약화시키고 유럽 금융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월 28일 스페인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ECB는 암호화폐 중 특히 법정화폐에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의 성장세가 통화정책 통제력 약화와 유럽경제의 미국 달러 의존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CB가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99%가 달러와 연동돼 있으며,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Tether)’는 1달러에 고정된 형태로, 시가총액이 1,635억 달러를 넘어서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같은 발행사인 서클이 출시한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2억 900만 유로에 그쳐,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ECB는 이처럼 달러화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유로존 내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디지털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송금, 결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어, 향후 전통적 금융기관의 예금과 중개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보고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단순한 니치(niche) 상품을 넘어 디지털 금융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2028년까지 시장 규모가 현재의 약 2,5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이 기업 결제 수단, 국경 간 송금, 온라인 쇼핑 등에 널리 사용될 경우, 전통 금융기관의 예금 기반이 흔들리고, 이는 신용 공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CB는 “달러화 스테이블 코인이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유로화 대안이 부재할 경우, 향후 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이 미국에 비해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통화정책 자율성이 저하될 뿐 아니라 지정학적 종속 가능성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은 향후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규제와 경쟁력 있는 유로화 디지털 자산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으며,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대응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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