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시대, 권위주의 해체와 민주주의 복원 -

 2025년 6월 4일 취임 첫날,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60%를 상회하는 지지율이 그 증거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은 지난 정권들에서도 수없이 많이 들어본 얘기다. 늘 수사(修辭)로만 소모되어왔던 것을 기억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의지 표명보다 구조고, 수사보다 시점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오랜 고질병 중 하나는 ‘전지적 대통령 시점’이다. 대통령의 눈에 보이는 것만이 국가의 중요 이슈로 규정되었고, 그의 음성에 실린 정책 만이 정답인 것 처럼 반복되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잔재는 민주화 이후에도 다양한 형식으로 살아 남았다. 국정 브리핑은 대통령의 결단을 미화하는 무대가 되었고,  대통령실은 국민들의 현실적 고통과 분리된 상징 적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의 시점을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다.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존 대통령들이 해오던 ‘장관 대동 보고’ 대신, 단독으로 국민 앞에 섰다. 정제되지 않은 질문을 받았고, 정치적 민감 사안에도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대통령의 눈이 아니라 국민의 눈 높이에서 국정을 바라보겠다는 선언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이미지 쇄신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정권 초기이긴 하지만 ‘전지적 국민 시점’으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

  그는 공공 데이터의 개방, 디지털 정책참여 플랫폼 도입, 지역 균형발전 예산의 주민참여제 등대선 공약을 아주 빠르게 실제 설계로 옮기는 중이다. 전문가들도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다. 취임 직후 단행된  재정지출 확대방침은  대통령의 의지보다 우선 국민들의 삶의 조건에서 출발했다. 소비 여력, 고용 위기, 내수 침체라는 국민 체감 지표를 바탕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관료주의가 의존해온 거시적인 수치가 아니라, 국민 시야에서 출발한 현장중심의  설계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전지적 국민 시점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 시점이란 다양한 삶의 층위와 갈등을 통합하는 복잡한 프레임이다. 그 시점은 때로 모순되며,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리더십을 ‘통치’가 아닌 ‘조율’로 교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이 세상을 내려다보며 정치를 했던 시대는 끝났다는 분명한 판단을 전제한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수신자가 아니라 발신자다. 국정은 정보 독점이 아니라 정보 공유를 통해 정당성을 얻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전지적 대통령 시점’은 강력할 수 있지만 민주적이지 않다. ‘전지적 국민 시점’은 느릴 수 있으나, 더 정당하다.

 이재명 정부가 당면한 과제는 바로 그 속도와 정당성의 균형 위에서 국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점이 아니라, 국민들이 대통령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시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기대한 ‘민주주의 2.0’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수년전 국내방송에서 '전지적 참견시점'이란 예능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은데 이어 '전지적 독자시점'이란 국내영화도 최근 개봉되어 한여름 폭염속에 시원한 청량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지적' 이란 단어가 더이상 국민들에게 낯설지가  않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60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민생쿠폰' 지급 등 이재명 정부가 '전지적 국민 시점'으로 변화하려는 기류가  보이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차관 인선 논란과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과연 새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와 정책을 펴칠 것인지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있는것도 부인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정운영을 全知的  大統領 시점에서 全知的 國民 시점으로 변화하면 분명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란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진리를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새삼 깨닫기를 고대해본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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