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채용비리는 오롯이 그들만의 리그를 상징한다. 실력과 노력보다는 전화 한 통이 운명을 바꾸는 구조, 그리고 그것을 설계하고 이용하는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대형 금융지주 회장직에 앉아 있다.

바로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2년여 동안 재판을 질질 끌면서 현재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제왕적 금융 권력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다.

함 회장은 지난 20231123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핵심 혐의는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회장직을 버젓이 유지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확정 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이 원칙이지만, 금융지주 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은 채 수년간 임기를 이어가는 모습은 대중의 신뢰와 너무나 괴리되어 있는 모습이다.

경영권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그것이 법적·윤리적 책임의 회피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남다르다는 대한민국 금융권 특유의 배타성과 폐쇄성이 다시금 확인될 뿐이다.

함영주 회장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채용 청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자본주의 구조에서 비리와 권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채용은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기득권 재생산의 핵심 통로다. 한 번 입사하면 고액 연봉과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는 자리, 그 의자를 정당한 절차 대신 전화 한 통으로 차지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고 공정사회를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에서 최종심인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는 단순한 사법적 판단을 넘어 사회적 선언이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면,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최소한의 신뢰가 지켜진다.

반대로 무죄로 결론 난다면, 국민은 그 이유에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의 실현의 의지다.

지난 20233월 연임에 성공하며 2028년까지 임기를 확정한 함 회장은 2심 유죄 판결 직후에도 하나금그룹의 막강한 경영을 이어갔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청년 세대, 일반 금융소비자, 내부 직원들은 과연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회장 한 사람의 거취 문제를 넘어서, “우리는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 전반에 전해진 것은 아닐까.

대법원은 정치도, 경제도 아닌 오직 을 따라야만 한다. 이번 판결이 채용 비리에 대한 단호한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하나금융그룹 또한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금융은 국민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법 위에 선 금융, 사람 위에 선 채용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때마침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지도 40여 일이 지나는 시점이다. 새로운 정부의 조각도 거의 마무리된 것 같다.

따라서 그동안 신성불가침에 가까웠던 금융권 혁신도 디지털 금융 시대에 걸맞게 서서히 시동을 걸어야 할 순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 금융계 전반의 대체적인 분위기다.<김창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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