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에게 총리직을 맡길 수 없다”는 말은 지난 윤석열 정권 에서 야당이 외쳤던 구호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은 거울처럼 되돌아와 여권 내부를 주시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청문회 전에 ‘사퇴냐 강행이냐’라는 질문이 정치권을 압도하고 있다.
정치인 김민석은 과거와 늘 함께 해왔다. 2000년대 중반, 불법 정치자금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그의 이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특히 지난 2004년 김후보자 양부모 자살사건은 그 당시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준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후보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정책위의장,수석 최고위원, 21대 대통령 선거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거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당의 실세로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바로 그 과거가 다시금 현재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자금 수수로 문제가 되었던 인물에게 2018년에 다시 4천만 원을 빌린 정황, 그리고 이를 세금 납부 명목으로 사용했다는 해명은 쉽게 납득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동종 전과가 있는 인물로부터, 정치인 신분으로, 고액의 돈을, 아무런 담보 없이 빌렸다는 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의 혐의는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더 민감하게 작용하는 건 아들과의 연루 의혹이다. 고교생이 발의한 법안, 비영리단체와의 세미나, 그리고 정치인의 아버지라는 후광.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은 진실 여부와 별개로, 대중 정서상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안이다.
‘조국 사태’ 이후, 입시·공정의 문제에 대한 국민적 감수성은 비정상적일 만큼 예민해졌으며, 김민석 후보자 역시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입시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투명한 증빙자료와 정치적 진정성이 함께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분명 설득이 쉽지 않다.
민주당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 방어 논리를 믿고 강행할 경우, 정권 초반부터 도덕성과 공정성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반면, 자진사퇴를 유도하거나 지명을 철회할 경우, 당내 전략가로서의 김민석을 잃는 셈이 된다.
이번 청문회는 분수령이다. 여론이 등을 돌리면 대통령실이 결단을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의혹이 해소되거나 공세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임명 강행도 가능하다.
지금은 김민석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 초기 내각의 정당성과 도덕성 검증 무대이자, 민주당의 기준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시험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퇴하든 임명되든, 이번 청문회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질문에 답하게 될 것이다.
“김민석 후보자가 과연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책임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
김민석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는 말이 아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증명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과거의 일이라해서 권력으로 덮을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은 새삼 알았으면 한다.
김창권 대기자 ckckck1225@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