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관세 정책의 향방이 불확실한 가운데,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하위 품목으로 지목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가 6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공급망을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로 서둘러 이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세로 인한 위험은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PC와 스마트폰이 관세 리스크에 가장 민감한 이유로 생산의 중국 의존도와 미국 시장 중심의 수요 구조를 꼽았다. 특히 노트북은 생산 단가가 높고 제조 기반이 대부분 중국에 집중되어 있어 무역 정책 변화에 가장 취약한 제품으로 평가됐다. 데스크톱 컴퓨터의 경우 일부 생산이 아시아 및 멕시코로 분산되어 있으나, 여전히 중국과의 연결 고리가 깊다. 미국은 전 세계 PC 출하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델(Dell), HP, 레노버(Lenovo)와 같은 주요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 중 약 15~2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애플과 삼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애플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조립 물량의 약 8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애플 판매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며, 최근 일부 생산 라인을 인도로 이전했지만, 인도가 담당하는 미국 수출 비중은 여전히 10%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술 기업들은 '탈중화' 전략을 강화하며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델은 미국 시장 공급용 PC 생산을 전면적으로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했으며, HP도 6월 말까지 같은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레노버는 인도와 멕시코로 일부 생산능력을 전환하고 있으며, 위탁생산(EMS) 업체인 위창과 훙하이 역시 베트남과 인도에서의 생산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S&P는 조립 공장이 이전되더라도 핵심 부품 공급은 여전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근본적인 위험 회피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조 부품, 배터리, 통신 모듈 등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며, 이에 따라 조립 국가를 옮긴다 해도 미국이 향후 베트남이나 인도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전 전략은 다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증가한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스마트폰 시장은 거의 전적으로 개인 소비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PC 역시 약 45%가 개인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이들은 기업 고객보다 가격 민감도가 높아 가격 상승 시 구매를 연기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이는 기업 수익성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