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정책이 글로벌 회복에 ‘제동’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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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가 2025년 1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 회복의 신호를 보였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그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월 30일 보도에서 유로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인 0.2%를 상회한 0.4%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특히 스페인의 강한 성장과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대형 다국적 기업들의 활동 증가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단기적인 반등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경제국의 성장률은 각각 0.2%, 0.1%, 0.3%에 그쳤고, 아일랜드의 3.2% 성장률이 전체 평균을 부풀리는 효과를 줬다는 점에서 유로존의 구조적 회복이 아직 견고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은 다소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서 2.1%로 낮아졌고, 이탈리아는 2.1% 수준을 유지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의 2% 목표에 근접했다. 이에 따라 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 경제학자는 “이번 성장 및 인플레이션 수치는 ECB가 점진적이고 신중한 금리 인하를 추진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지표의 개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 발표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가려지고 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이라는 표현과 함께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글로벌 무역 질서에 충격을 가했다. 유럽 대기업들 역시 관세 압박으로 인해 수익성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판매가 위축되고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았다.

금융시장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유럽 주요 시장의 심리지표는 급락했으며, ECB는 무역 전쟁뿐 아니라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과 시장 심리 악화가 유로존의 성장 잠재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오히려 자국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1분기 경기 위축을 기록했으며, 이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회피하기 위해 수입품 구매를 줄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일부 관세는 이미 철회된 상태이며, 이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관세 정책의 효과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유로존이 단기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세계 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주요 위협 요소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관세 정책의 방향성과 글로벌 수요 회복 여부가 유럽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의 회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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