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해충, 가격 상승 주도

일본의 과일 도매시장 가격이 2024년에도 최고치를 경신하며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귤과 사과 등 일상에서 소비되는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와 해충 발생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그리고 고급 품종 개발을 통한 '브랜드화' 전략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도쿄도가 발표한 2024년 과일 도매시장 통계에 따르면, 거래 총액은 2018억 엔(약 12억 9천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반면 거래 총량은 344,000톤으로 8.7% 감소했으며, 과일 1kg당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11.3% 오른 587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상기후와 해충 발생이 지목된다. 폭염으로 인해 체리와 같은 과일의 품질이 저하되고 수확량이 급감하는 일이 빈번했다. 체리의 2024년 평균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25% 상승한 kg당 2896엔으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귤 역시 해충 발생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주요 산지인 에히메현에서는 해충 피해로 과일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하며 생산량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귤의 평균 도매가격은 전년보다 18.4% 오른 kg당 406엔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의 과일 농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브랜드화' 전략을 통해 단가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고급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켓은 거봉포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화 전략으로 일본 내 과일 평균 단가는 2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채소의 경우 차별화가 어려워 과일만큼의 가격 상승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과일뿐만 아니라 쌀, 채소 등 다른 식품 가격도 꾸준히 오르며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사이타마현에 거주하는 한 50대 여성은 "사과와 귤을 매일 먹기 어려워 구매 횟수를 줄였다"고 토로했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소비자 태도 지수는 전월 대비 소폭 악화되었으며, 이는 식품 가격 상승이 외식비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소비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물가 상승폭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식품 가격 상승이 가계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