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축소와 일자리 보장 사이의 절충안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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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폴크스바겐이 2030년까지 독일에서 3만5000여 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생산 능력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는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장 폐쇄를 피하기 위한 합의의 일환으로, AF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합의는 3개월간의 치열한 협상과 두 차례의 파업 끝에 이루어졌다. 노조와 경영진은 이번 합의로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일단락을 지으며 한숨을 돌렸다.

폴크스바겐은 독일 내 전체 직원의 약 29%에 해당하는 3만5000명을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감축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강제적인 이직은 없을 것이라고 직원 대표는 강조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경영진은 당초 5만5000개의 일자리 감축을 요구했으나,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 노조 대표 토르스텐 그뢰거는 “이번 합의는 일자리를 보장하고 공장 생산을 유지하며, 미래 투자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합의의 일환으로 독일 내 일부 공장의 생산능력은 줄어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간 70만 대 이상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며, 드레스덴 공장은 2025년 말 이후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상징적인 조치로 2027년부터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이 아닌 멕시코에서 시그니처 골프 모델이 생산될 예정이다.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폴크스바겐 본사와 최대 공장이 위치한 곳으로, 4개 생산라인 중 2개가 줄어들며 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된다.

오스나브뤼크 공장은 2027년 중반 이후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용도’로 전환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합의를 통해 연간 약 40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15억 유로는 인건비 절감과 직원 수 감소를 통해 실현될 전망이다. 또한, 2025년과 2026년에는 임금 인상을 중단하고 일부 성과급은 몇 년에 걸쳐 분할 지급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글로벌 자동차 판매 둔화, 중국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매력 부족으로 인한 전기차 전환 지연, 높은 임금 비용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독일자동차연구원 전문가 페르디난트 뒤덴헤페르는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독일의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며, 독일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위기는 독일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경기 둔화로 독일 경제는 2년 연속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서의 입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구조조정은 독일 최대 산업 고용주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내년 2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이 위기는 선거운동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번 사태를 “잘못된 경영 판단의 결과”라고 지적하며, 직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을 강조했다.

폴크스바겐의 이번 합의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더불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환기를 상징하며, 회사와 독일 경제의 미래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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