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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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투쟁은 결국 영향력 다툼이다. 이에 누구나 아무리 정치판에 혐오감 내지는 비호감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정치는 민초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누가 영향력을 갖고 주도적으로 국정과 정국, 입법부 권력을 이끌어가는지에 불가피하게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무대에서 4인방의 일거수일투족에 민초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 지도자인 윤석열 대통령, 야당 대표 이재명,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조국 혁신당 대표 조국, 이른바 4인방이 향후 3년간 정국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듯 여론조사 기관인 여론조사꽃이 5월 31일부터 6월 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권 주자로 가장 적합한 인물'에 대해 전화면접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표 32.4%,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17.0%, 그다음 조국 혁신당 조국 대표가 6.8%로 5% 이상 응답을 얻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분들 모두가 법(法)을 전공하고 수십 년간 현업에 종사하다 뒤늦게 정치에 입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나아가 주목해야 할 만한 트렌드로, 21대 국회에서 46명인 법조인 출신이 22대에서는 60명을 넘어섰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정치권은 법조인 과잉 상황이다.

문제는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 정치를 구현하는 입법기관인데 여야 사법적인 함정에 매몰되어 서로 법률적인 논쟁과 다툼으로 더 가열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은 "의(議)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논(論)은 지나간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선거에서도 우리는 의원(議員)을 뽑는 것이지 논원(論員)을 뽑지 않는다."면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논(論)에서 벗어나 의(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法)이라는 글자는 물수(水)변과 갈거(去)자로 조합된 문자이다. 이에 법(法)의 한자적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법은 세상이 약육강식으로 변질되지 않고 공평하게 흘러가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중요한 사전 규정된 사회적 약속이자 규범이다.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전진하고 막힌 데는 뚫어주고 빈 데는 채워주고 더러우면 씻어주고 넘치면 쏟아내게 해서 순리를 행하도록 순리가 적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법이다.

법을 전공하고 법률 분야에서 그야말로 잔뼈가 굵은 고수 4인방이다. 그런데 외부로 노출되는 자태는 물의 특질을 대변하는 상선약수 이미지보다는 자연스러운 순리라는 개념과 인상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우격다짐의 돌격대장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옛말에 "法之不行 自上征之 (법지불행 자상정지)"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법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나라 효공 때의 재상 상앙이 새로운 법령을 시행했는데, 태자가 법령을 위반했다.

이에 상앙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부터 이를 어기기 때문’이라며 태자를 벌했다.

이런 비유가 민초들의 귀에 쏙 들어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그저 물(水)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처사와 포용하는 여유로움을 국민들은 바랄 뿐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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