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때 자동차 호황은 더 넓은 차원의 수출 부진과 대조적
아시아 자동차 수출업체들은 특히 전기차로의 전환 덕을 봐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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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대거 지급하고 딜러들이 재고를 보충하면서, 아직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유럽과 아시아의 자동차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때 자동차 호황은 더 넓은 차원의 수출 부진과 대조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국내 제조업 활성화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서방의 산업정책이 세계 무역 지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유럽 산업 강국인 독일에서 올해 1~10월까지 승용차 신차를 약 260만 대 수출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수출이 급성장하는 것은 미국의 전기차 감세 덕도 크다. 올해 초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된 것은 제재를 받은 러시아에 대한 자동차 판매와 비야디 등 토종 자동차 제조업체와 테슬라 등 외국 브랜드의 전기차 수출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옥스포드경제연구원이 계절별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자동차 수출은 2021년 월평균 수출액 대비 71% 증가했다.같은 기간 한국 자동차 수출은 36%, 일본 자동차 수출은 18% 늘었다.태국은 자동차 완성차 및 부품 수출이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4개국의 비자동차 수출은 5.4% 감소해 자동차 수출이 어떻게 역성장했는지를 보여줬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금리 인상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면서 해외 판매가 부진한 게 대세다.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부족이 전 세계 생산에 타격을 입히면서 코로나19 사태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2021년에는 각국의 전염병 봉쇄가 해제됨에 따라 미국과 기타 주요 경제국의 자동차 딜러 재고가 소진되었다.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의 알렉스 홈스 싱가포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문 적체가 많아지면서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은 그때부터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며 "자동차 업계에 공급망 자가교정의 순풍이 늦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각국 정부가 자국 경제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려 하면서 아시아 자동차 수출업체들은 특히 전기차로의 전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큰 수혜는 중국이다.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상하이에서 많은 차를 만든 테슬라와 중국 토종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매년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수백만 대를 소화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찾는 덕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량 보충 효과가 곧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는 2024년에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유럽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성장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HSBC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드릭 노이만은 "내년 아시아 자동차 출하량이 냉각될 위험이 있다."면서 "다만 중국 경제의 '거대 생산능력'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수출 비중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이만은 "기업의 수출 주문과 같은 아시아로부터의 광범위한 무역 신호는 세계 무역이 "상당한 기간 동안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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