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를 앞둔 분야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게임 체인저
우크라 전쟁으로 화석연료 의존 위험을 다시 부각시켜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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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갈등에서 비롯된 에너지 위기가 화석연료 의존 위험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5일 보도했다.

탈탄소 물결 외에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태양광·풍력·수소에너지·원자력·이산화탄소 회수 등 5개 분야에서 주목받는 11개 탈탄소 기술의 보급 정도를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평가했다.

상용화를 앞둔 분야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다.

주요 7개국(G7)은 4월 기후·에너지·환경 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분야의 기술혁신 추진'을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과 나란히 발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배터리라는 용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요코하마시의 한 시민교류시설에서는 50여 명이 철도 모형 주위에 모여들어 탄성을 질렀다.

희한한 것은 모델 자체가 아니라 두께가 1㎜도 안 되는 태양전지가 제공하는 동력으로, 방 안의 빛이 미약해도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배터리는 가볍고 얇으며 구부릴 수 있으며 기존 실리콘 기반 배터리로 덮을 수 없는 벽이나 열차 지붕에 깔 수 있다.

작업 공정은 매우 간단하며 원하는 위치에 코팅하여 건조 및 필름 형성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며 가격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일본은 산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태양전지판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세가와 고지 도쿄대 교수는 2030년까지 페로브스카이트 배터리 커버리지는 최대 470㎢로 도쿄돔 1만 개, 발전능력 600만㎾, 원전 6기와 맞먹는다고 추산했다.

퉁인 요코하마대에서 초빙한 미야자카 리쓰 교수의 원천기술을 중국 업체가 먼저 양산했다.

다정위나테크놀로지는 장쑤(江万元)성 기지에 5억 4천만 달러를 투자해 연산 1만㎾의 생산라인을 구축, 2022년 여름부터 양산을 시작해 2023년에는 생산능력이 지난해의 10배에 달할 전망이다.

해외 출원 비용이 비싸 미야자카 교수는 일본 내에서만 가장 기초적인 부분만 특허를 냈다.해외 업체가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도 양산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데 일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적수화학공업과 종연화학공업주식회사가 2025년 이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도시바와 아이신정기도 페로브스카이트 배터리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야자카 교수는 "미래에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해야 할 일본 전기메이커들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금세기 첫 10년 동안 전통 태양전지판 분야에서 상용화에 앞장섰던 일본 교세라·샤프 등이 한때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국가 보조금을 받는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에 양산해 시장 점유율 80%를 장악하고 있고, 오히려 일본 업체 상당수가 손을 뗐다.

우크라이나 위기 이후 재생에너지는 '국내 에너지'로서 존재감이 높아졌다.

페로브스카이트 배터리가 보편화됐을 때 일본이 여전히 수입 배터리 셀에 의존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국산'이 어려워져 에너지 안보에 사각지대를 남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 경쟁은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재생에너지·원자력 등 저탄소 에너지 기술에 대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투자액은 160조엔(약 8조1200억위안)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일본은 탈탄소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11개 기술 중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부유식 풍력발전 등을 포함한 연구개발(R&D)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대중화 단계에서 따라잡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정책은 생산 수준에 머물지 않고 가계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도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산업의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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