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및 급여 삭감에 항의 차원

이탈리아 플래그 캐리어(Flag Carrier) 이탈리아 항공운수(ITA항공)가 운항을 개시한지 1주일만에 직원들이 시위에 돌입했다.
ITA항공 소속 여성 승무원들은 캄파돌리오 광장에서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속옷 차림으로 실직 및 급여 삭감에 대한 항의에 돌입했다.
ITA항공은 이탈리아의 플래그 캐리어였던 알리탈리아를 대체한 국영항공사다.
1946년 설립된 알리탈리아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항공사였지만 2000년대 들어 방만한 경영과 2008년 금융위기로 민영화가 됐다.
알리탈리아는 이후에도 저가 항공사와 출혈 경쟁으로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2017년 끝내 파산을 신청했고, 이탈리아 정부가 중심이 된 법정 관리 시대를 맞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수혈해가며 지속해서 민간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2020년 2월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면서, 알리탈리아를 대체하는 새 국영항공사(ITA 항공)를 설립하게 됐다.
이번에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시위에 나선 승무원들은 알리탈리아 소속이었다가 현재는 ITA항공 소속이 됐지만, 기존의 알리탈리아 직원들의 급여가 삭감된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업무 분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에서 “우리는 알리탈리아”라며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급여 삭감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알리탈리아에 소속돼 있던 직원 1만 500명 중 현재까지 ITA 항공과 새롭게 근로계약을 한 직원은 28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알리탈리아 직원들은 꾸준히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판도는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ITA항공은 9000만 유로를 지불하고 알리탈리아의 상표권과 웹사이트 사용권, 일부 노선 등을 확보했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새로운 항공사를 표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이탈리아 정부 간 합의에 따라 재무적으로 알리탈리아와 완전히 단절된다.
알프레도 알타빌라 ITA 회장은 이러한 단절이 과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시대에 걸맞게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시위와 관련해 “국가적 수치”라고 비난하며 “알리탈리아 직원들은 현재의 근무조건에 동의했다. 계약에 대한 교섭은 이미 끝났고 알리탈리아 측은 계약에 서명했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ITA 항공은 올해 올해 52대의 항공기로 61개 노선을 서비스한다.
이후 꾸준히 규모를 확대해 2025년 말까지 운항 대수 105대, 직원 규모는 최대 5700명의 중견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