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

최기일 교수
최기일 교수

최근 방위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미래국방의 핵심이 되는 K-방위산업 분석과 전망 관련 일반인도 알기 쉽게 풀어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Q. 최근 폴란드와의 계약을 통해 K-방산의 호황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폴란드 방산수출을 가능하게 한 배경과 성과를 설명해주세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께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폴란드 정상과 양자 회담 이후에 대규모 방산수출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이번 폴란드발 방산수출 방식은 한마디로 ‘우선 도입 및 현지 생산방식’인데, 이는 상대국의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등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용하는 일종의 ‘패키지 딜 계약(Package Deal Contract)’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폴란드 사례는 인도 정부에서 시행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즉 “인도에서 제조하라”로 불리는 무기 도입 선정방식과 유사한 형태로서 우리 한국산 무기를 구매한다는 조건의 반대급부로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하면서 관련 기술 이전을 이전하는 방식이 되겠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폴란드 방산수출 규모는 약 20조원 규모에 달하는데, 현대로템 K-2 전차, 한화디펜스 K-9 자주포, 한국항공우주산업 FA-50 경공격기를 금년에 일부 납품한 뒤 2026년부터는 폴란드 내에서 현지 생산할 예정입니다.

K-2 전차는 대당 가격이 약 100억원, K-9 자주포는 50억원 내외, FA-50 경공격기 약 500억여원 가량입니다. 이러한 완제품 형태의 무기체계가 수출이 되면, 통상 수입국가에서는 전투기의 경우 약 30~40년을 운영하게 됩니다. 즉, 무기체계 구매가격 보다 운영유지 간 발생하는 실제 비용은 천문학적인 규모이므로 완제품 형태 무기체계 기종이 수출되면 경제적 부가가치가 지대하므로 국내 방위산업에 미치는 산업적 파급효과가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경쟁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은 정찰제 시장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경쟁우위는 첫 번째가 가격경쟁력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무기체계의 제품 성능과 신뢰도가 중요합니다. 전장에서 무기로 사용되는데 고장 또는 불량 등으로 제대로 된 성능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결코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미 한국산 무기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매력적인 가격경쟁력과 함께 우수한 무기 성능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구매국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합한 후속 군수지원 및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 등이 수반되면서 K-방산의 저력과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Q. 한국 방산수출은 최근 5년(2017~2021년) 간 전 세계 상위 10개국 중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러한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요.

방위산업의 주요 특성으로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이 수반되어 장기간 무기체계 연구개발 기간이 소요되는데, 한국 방위산업은 1970년에 태동되어 반세기에 걸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역대 정부에서는 자주국방을 목표로 국내 방위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왔고, 이러한 정부 주도의 방위산업 육성정책과 방산업계 종사자분들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쾌거를 이루어 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방위산업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서 전차와 함정,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종 관련 기초 산업에서 기본기가 훌륭하다는 배경이 K-방산의 성장에 밑바탕이 되었다고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다.

Q. 한국 방위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하는 숙제도 있어 보이는데요.

최근 한국 방위산업은 건국 이래 역대급 최대 호황기를 맞이해 이른바 ‘K-방산 르네상스’라고 일컫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들께 방위산업을 말씀드리면 제일 먼저 방산비리부터 떠올리시곤 했습니다.

방산비리라는 단어 자체가 방위산업은 비리산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게 됐는데, 방위산업은 결코 비리산업이 아니라는 관점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국내 방위산업이 그동안 국민들께 일부 실망을 드렸다면, 앞으로는 자랑스러운 한국 방위산업으로서 K-방산에 대해 자부심을 갖으실 수 있도록 노력이 요구됩니다.

한편, 국내 방위산업은 전 세계 군사력 순위 6위, 방산수출 규모 5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 됐지만, 주요 핵심 부품과 구성품 등은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실정인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소수의 방산 대기업을 중심으로 독과점 구조화되어 방산 중견ᐧ중소기업들과의 상생과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천할 수 있도록 산업적 측면에서의 정책 추진 노력이 요구되겠습니다.

Q.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에 방위산업은 그 자체만이 아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미래국방과 방위산업은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있어 안보와 경제, 기술이 융합된 뉴 디펜스(New Defense)와 뉴 스페이스(New Space)에 걸맞은 기민한 대응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여기에서 말씀드린 뉴 스페이스 시대에서는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육성 추진이 핵심인데, 마찬가지로 방위산업에 있어서도 민군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방위산업은 고도의 최첨단 무기체계를 필요로 하는 특성을 지녔는데, 이는 곧 방위산업이 태생적으로 기술 진부화의 진전 속도가 급속도로 첨단기술이 사장되는 속성을 내포함으로써 선진국형의 지식 기반을 추구하는 동시에 민간의 최첨단 기술 선도형을 지향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초연결(Hyper Connected)’을 중심으로 민군 협력과 산업 협력이 대세가 될 것이라 전망됩니다.

Q. 윤석열 정부가 방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과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최근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각국은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글로벌 방산시장 규모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대규모 감염증 사태인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더욱 치열해질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우위와 방산수출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내 방산업체 간 대형화 및 통합화를 추진해 이른바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방산수출은 단지 물건을 사고 파는 일반 교역과는 달리 복잡한 외교 및 안보 조건과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즉, 국가 간의 무기거래에서는 특수한 국제관계와 외교 및 동맹 등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 해야 할 것입니다.

국방외교 차원의 방산공공외교로서 군용장비 등에 대한 불용품을 해외에 양도하거나 공여하면서 중고품 수출방식이라든가 공적원조개발(ODA) 접근을 통해 다양한 권역별 및 국가별 맞춤형 수출방식을 고안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K-방산의 명품 무기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국의 안보를 지키고 전쟁을 막는데 일익을 담당함으로써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세계 평화의 수호자로서 기억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최기일 프로필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학부장 겸 군사학전공 주임교수,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추진위원 · 홍보대사, 前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前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겸임교수, 前 더불어민주당 제21대 총선 인재영입(11호) · 선대위 세계5대강군위원회 공동위원장 · 국방안보특별위원회 부위원장, 前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최진승 기자 js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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