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19 전북 전주시 색장동 가족농장
21.9.19 전북 전주시 색장동 가족농장

쌈으로 즐겨 먹는 깻잎 비슷한데 잎이 보라색으로 다른 식물을 전주 가족농장에서 만났다. 자소엽(紫蘇葉)이다.

자소엽의 자(紫)는 잎의 보라색을 뜻하고, ‘소(蘇)’는 잠에서 다시 깨어나듯 막힌 기운을 펼친다는 의미가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자소엽은 항균작용이 있어 생선이나 조개, 게 등의 해산물로 인한 식중독에도 쓰이고, 귤피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잎이 녹색인 청소엽(靑蘇葉) 즉 들깨 또한 비슷한 효능을 지녔기에 생선회나 고기를 먹을 때 깻잎으로 싸 먹는 풍습은 식중독 예방과 관련이 있다. 자소엽은 잎 외에 줄기와 씨앗도 약으로 사용된다. 줄기는 ‘자소경(紫蘇梗)’으로 태동불안(胎動不安)에, 씨앗은 ‘자소자(紫蘇子)’로 가래와 기침에 효과가 뛰어나다.

차즈기, 차조기, 참소엽, 개소엽, ‘계피의 매운 맛을 지닌 깻잎’이라는 뜻의 계임(계피 계, 깻잎 임) 등 이명이 많다. 영어로는 소엽과 들깨를 모두 beefsteak plant 혹은 wild basil이라고 부른다. 꿀풀과 들깨속의 한해살이풀로 중국이 원산지다. 학명 Perilla frutescens는 들깨속 식물인 들깨의 잎사귀를 지칭한다.

21.9.19 전북 전주시 색장동 가족농장
21.9.19 전북 전주시 색장동 가족농장

들깨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나 줄기와 잎이 녹색은 들깨, 보라색은 자소엽이다. 자소엽의 학명은 Perilla frutescens Britton var. acuta Kudo이고, 들깨의 학명은 Perilla frutescense var. japonica Hara로 둘은 사촌지간 식물들이다. 그래서 들깨를 청소엽(靑蘇葉)이라고도 부른다. 연한 자주색의 꽃은 늦여름에서 추석 즈음 피어난다.

잎 모양이 들깨잎 모양이면서 잎의 양면이 붉은 종류를 '소엽', '개소엽',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곱슬모양)이고 톱니가 불규칙한 것을 '참소엽'(Perilla frutescens var. crispa)이라 부른다.

꽃말은 정직, 성실이다.

중국의 전설적 명의 ‘화타’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온다. 화타가 제자들과 여행 중 저녁 무렵에 한 식당에 들렀다. 젊은이 몇이 게 먹기 시합을 하고 있었다 "성질이 찬 게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 날 수 있고, 어독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어"라며 화타가 충고했다.

젊은이들은 화타의 충고를 아랑곳하지 않고 게 먹기 시합에 열중했다. 그날 밤 "아이고 살려주세요. 배가 너무 아파요"라는 비명이 들려왔다. 화타가 나가보니 젊은이들이 배를 잡고 뒹굴고 있었다. 화타가 들판으로 나가 보라색의 풀을 뜯어와 삶아서 젊은이들에게 이 보라색 풀을 달인 물을 마시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이들의 복통이 사라졌다.

21.9.19 전북 전주시 색장동 가족농장
21.9.19 전북 전주시 색장동 가족농장

제자들이 화타에게 물었다. “게 먹고 배탈 난 데 그 보라색 잎이 효험이 있는 줄 어찌 아셨습니까?” 화타가 말했다. “예전에 강가를 지나다 복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수달을 만난 적이 있었지. 그 수달은 물가로 기어 나와 풀밭에서 자줏빛 잎의 풀을 뜯어 먹었다네. 잠시 후 수달은 편해진 듯 일어나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지. 그 풀이 바로 이거였다네.”

화타는 복통을 낫게 한 이 자줏빛 잎을 보라색 자, 편안해질 서를 써서 자서(紫舒)라 이름 지었고, 훗날 서(舒)와 소(蘇)의 중국어 발음이 같아 자소(紫蘇)로 변해 오늘날까지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어린잎과 열매는 먹을 수 있는데, 씨에서 얻은 기름은 향료, 천연 방부제와 해독제로도 사용된다. 매실 등을 이용해서 장아찌를 만들 때 착색제나 방부제로도 사용한다. 자소엽의 씨에서 추출한 자소유(紫蘇油)는 강력한 방부 작용이 있다. 주성분인 페릴알데히드(Perilla aldehyde)로 당을 만들면 설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단맛을 낸다.

자소엽을 심으면 파리, 모기 같은 해충들이 그 향을 싫어하여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하여 집 주변이나 마당 공터 등에도 많이 심는다. 일본에서는 초밥 등의 요리에도 많이 사용된다.

자소엽차도 인기가 있다. 어린잎, 부드러운 줄기와 꽃대를 여름철에 수확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 후, 따뜻한 물에 녹차 우리듯 우려내면 향과 맛 그리고 아름다운 색이 뛰어난 자소엽차가 완성된다. 물의 온도에 따라 차(茶)의 색이 달라지는데 약 15도 정도의 물에서는 보라색으로,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파란색이나 노란색을 띠어 은은한 맛, 향과 함께 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정진영 여행작가 jinyoung@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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