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 메인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모가디슈 메인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영화 ‘모가디슈’가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진한 여운을 우리에게 던져 주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 속에서도 관객 200여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 영화 흥행 3위에 등극했다.

‘모가디슈’는 지난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 발발 당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힘을 합쳐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실화 소재 작품으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들을 묘사한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다.

소말리아는 북한 정권이 70년대 초부터 북한체제의 우수성을 보여주려는 ‘아프리카 자력갱생의 본보기’로 만들고자 한 아프리카 주요 거점 지역 중 하나였다.

90년 한-중 수교, 한-러 수교,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동구권의 연쇄 몰락은 북한에게도 엄청난 ‘외교적 공황’을 안겨 주었다. 이는 1991년 남북 동시 유엔가입 문제로 이어지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총성 없는 외교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모가디슈는 바로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91년 1월 24일 당시 사건을 특종 보도한 국내 모 조간신문 헤드라인 제목은 ‘남북 공관원 합동 탈출 작전’이었으며, ‘떼죽음 말자, 손잡은 남과 북’, ‘내전 소말리아서 꽃핀 동포애’라는 소제목이 당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간 소말리아는 몇십 년째 계속되는 내전 상황에서 경제는 초토화되고 해적 산업만 창궐하는 아프리카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가뭄과 기근, 이슬람 무장 단체 알샤바브의 극단주의, 정치적 긴장, 코로나19 사태, 사막 메뚜기 떼 습격으로 인구 3분의 1이 긴급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영화의 배경인 소말리아 내전은 30년째 계속되고 있고, 남북관계도 그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영화 ‘모가디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 여권은 국격(國格)과 국력(國力)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그야말로 글로벌 브랜드가치이자 국가의 권위와 신뢰도를 나타내는 잣대이다. 우리가 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길 때 남들도 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극한 상황과 혼돈 속에서 동포애는 빛난다는 사실이다.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함께 남북이 공동으로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총성 속에서도 남북은 함께 백기(실제는 태극기)를 흔들었다. 남북 분단과 체제 대결의 시대에서도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상호 공존과 공영이라는 ‘연결 끈’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넌지시 제시하고 있다.

자유, 인권, 평화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누구나가 인간으로서 누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하지만 건실한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평화(평온과 화합)가 지켜지며 나아가 자유도 인권도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계속되는 이유는 ‘굶주림에 시달리기보다는 차라리 전쟁하자’는 생각이 지난 30년간 국민들의 마음속에 녹아내려 만연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공동 탈출한 남북한 모두 소말리아 공관을 즉시 폐쇄했다. 미국조차도 1991년 철수 후 2018년 대사관을 다시 설치했을 정도다.

미래가 없는 나라는 누구든지 떠나고 다시 찾지 않는다. 더욱이 대사관도 존재할 가치가 없기에 폐쇄한다. 결국 고립은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아직도 소말리아 모가디슈와 북한 평양은 우리에겐 금단의 땅이다. 모가디슈도 전쟁만 없으면 최고의 휴양지가 될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분열과 대립은 결국 무력충돌로 이어 진다. 결국 동족끼리의 내전은 인재(人災)다.

영화 ‘모가디슈’는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다는 걸 새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너무나 치러야 할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목숨을 넘나드는 탈출상황에서 북한 대사관은 평양과 교신하는 목숨보다 귀한 ‘암호용 난수책’을 분실하였다. 하지만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난수책이 대수냐. 살아 돌아와 다행”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가디슈 영화를 본다면 “고래(그래), 피는 물보다 진하지”라는 화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무리일까. 서로 마음이 통하면 일은 성사된다.

영화 ‘모가디슈‘는 심통사달(心通事達)의 사례를 남북 모두에게 잘 보여주었다.

이상기 논설위원(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부총재)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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