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와 생필품 가격 급등 추세
총리 지명자 또 사임, 장기간 국정 공백 전망

중동 국가 레바논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지중해 베네수엘라'로 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1일(현지 시각) 아랍 뉴스는 레바논 경제부 가격 리스트와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AUB)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7월 상반기 기본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채소, 곡물, 유제품, 쇠고기, 달걀, 등 기초식품과 석유 가격이 금융 경제 붕괴 전인 2019년 7월 이후 700% 이상 급등했고, 빵 가격은 지난해 5월 이후 233% 올랐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식량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700%나 치솟았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몇 주 동안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비축하기 시작하면서 ‘사재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AUB가 레바논 경제 위기의 파장을 추적하고 분석한 ‘위기 전망대’ 보고서는 “레바논이 엄청난 재정적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어 '지중해의 베네수엘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레바논 중산층 상당수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더 쇼핑할 여유가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기본 식료품 가격이 한 달도 안 돼 50% 이상 올랐다”라면서 “3만 파운드에 샀던 바지가 현재 40만 파운드에 팔리고 있어 초인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살인적인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은 미국 달러에 대한 레바논 파운드화 평가절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레바논 통화는 지난 2년 동안 가치의 90% 이상을 상실해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끝없이 추락할 전망이다.
레바논은 1997년 이후 고정환율(달러당 1천507파운드)제를 유지해왔다. 최근 암시장에서 1달러당 환율이 2만 파운드에 육박하고 있어 화폐 가치가 종잇조각에 가까워진 셈이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에너지와 의약품 수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발전소 가동은 중단되고 약국들이 폐점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경제적 위기 속에 치안을 유지해 오던 군대까지 무너질 위험에 빠져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최악의 경제난’에 총리 지명자가 지난 15일 정부 구성을 포기하고 또다시 사임해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김성호 기자 kimsh@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