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피로회복제 ‘박카스’.

이 '박카스 신화’ 국내 첫 발기부전 치료 신약 '자이데나' 개발, 천연물신약 '스티렌' 대박 등 국내 제약산업 신기원(新紀元)의 주인공인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넷째 아들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에게 넘기고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강신호 명예회장은 선친인 창업주 故 강중희 회장에 이은 2세 경영인이지만, 사실상 창업 세대라 할 수 있다.

<사진 / 동아제약>

동아제약그룹은 1932년 12월1일 故 강중희 회장에 의해 창업한 이후 강신호 명예회장이 서울의대를 졸업(52년)한 후 1959년에 입사해 75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57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셈이다.

올해 90세를 맞은 강신호 명예회장은 한국제약산업의 산증인이자, 역사이기도 하다. 

강 명예회장은 한국제약협회장(87년), 29~30대 전국경제인연합회장(2004~2007년)을 역임했고,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1977년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입하는 등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R&D분야를 선도했다. 

△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 단일제품 판매량 200억병 - 매출 4조원의 신화 
박카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이름으로 강 명예회장이 독일 유학 시절 함부르크 시청 지하홀에 있는 술과 추수의 신 바커스(Bacchus) 석고상을 보고 제품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박카스 누적판매량은 200억병에 달하며, 4조원 이상의 판매 금액을 거뒀다. 지난 2015년에는 단일 품목으로 국내 매출 2천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박카스를 처음 개발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영양제는 알약 형태였다.

박카스도 처음 선보일 당시엔 '알약' 형태였는데 약국에서 보관 도중 녹아버리는 일이 많이 발생했다.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하던 강 명예회장은 앰플 형태를 거쳐 현재 '마시는' 형태의 박카스를 개발했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변화로 다가왔다. 

◆ 신약 개발 집중 - 해외 기술 수출 성공

강신호 명예회장은 신약 개발에 집념도 남달랐다는 평가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와 당뇨치료제 슈가논,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 등 국내 27개 신약 중 4개가 동아쏘시오그룹의 제품이다.

강신호 명예회장은 약 이름(제품명)을 지을 때마다 본인이 직접 나섰다. 동아제약의 비만치료제 '슈랑커'와 위염치료제인 '스티렌'은 독일어로 '줄어든다'와 '고요해지다'라는 뜻으로 모두 그의 작품이다.

 또, '써큐란'과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제품명도 강신호 회장이 직접 작명한 것이다.
동아제약그룹의 공식명칭은 `동아쏘시오그룹`이다. 

이 `쏘시오(SOCIO)`라는 이름도 강 명예회장이 1994년 동아제약을 비롯한 전 계열사를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하는 명칭을 고민하던 중 `사회`를 뜻하는 라틴어 `SOCIO`를 떠올렸다고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사명의식을 담고자 했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대표 차종 중 하나인 `아반테`도 그의 작품이다.  스페인어로 `전진`이라는 뜻으로, 강 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제약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혁신신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강 명예회장은  2013년 3월 '혁신신약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 3년만에 계열사 동아에스티는 다국적 제약사인 미국 애브비 자회사에 차세대 면염항암제를 기술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계약규모만 5억 2,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300억원 수준이었다.

동아에스티가 수출한 기술은 암세포가 자라도록 하는 특정 단백질(MerTK)을 억제하는 면역항암제 물질로, 면역항암제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관심을 받으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 정재계 통합 - 청년 '희망' 프로젝트

강신호 명예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9·30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는데이 시기 강 명예회장은 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부와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전경련 회원사들이 경상이익 1% 이상을 사회에 자발적으로 내놓는 '전경련 1% 클럽'을 발족하는 등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공헌 활동에 힘썼다.
강 명예회장은 특히 젊은 층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그는 대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국토대장정'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후 19년 동안 총 2,736명의 대학생들이 1만km 이상을 걸었다. 지난해에도 참가자 144명을 선발하는 데 1만 2천여명이 몰리는 등 대학생들의 대표적인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로 자리잡았다.

<사진 / 동아제약>

△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신임 회장 

동아쏘시오그룹은 강신호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면서 강정석 회장을 필두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됐다.

강정석 신임 회장은 중앙대 철학과와 성균관대 약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과 메디컬사업본부장과 동아오츠카 사장,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강 신임 회장은  후보물질군 탐색 단계에 불과했던 동아에스티의 면역항암제 기술 수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내며 경영능력을 발휘해 왔다. 

지난 2013년 강신호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아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동아쏘시오 그룹의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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