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은 갈수록 멀어져... 구조조정·효율성 개선에 기업 실적 '이원화'

[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미국의 셰일가스 회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 화제다. 30달러대를 오르내리는 저유가 시대가 좀처럼 끌나지 않을테니 셰일가스 사업말고 청산할 각오까지 하라는 뜻이었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IHS 세라위크 콘퍼런스에서 세계 원유업체최고경영진에게 “비용을 줄이거나 돈을 더 빌리든가, 아니면 청산하고 떠나라”고 말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노코필립스, 콘티넨털리소스, 데본에너지 등 미국의대표 셰일원유업체도 투자 축소와 설비가동 축소 등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북미지역 원유업체 중 도산이나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48개다. WSJ는 올해 이 숫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북미지역에서 74개 셰일원유업체가 과다 부채로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웰스파고는 에너지 기업 대출의 잠재적 부실에 대비해 12억달러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외신들을 통해 전해졌고, JP모건체이스도 추가로 5억달러를 쌓아 에너지부문의 대손충당금을 13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은행에게까지 불똥이 튀는걸 보면 수년전 한국 태양광 기업들의 경영악화가 국내 채권 은행들에게까지 영향을 줬던 모습과 비슷하다.
셰일가스가 이정도라면, 과연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어떨까.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석유가격대비 대체에너지가 갖고 있는 가격경쟁력이 살아나는 시점을 말한다.
적어도 대체에너지가 석유보다 싸야 그 에너지를 사용할만 하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업계는 적어도 원유가격이 배럴당 50~60달러는 되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현재보다 두배가 되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는 주장인데, 그 시절이 빨리 올걸로 예상하는 전망은 찾아 보기 어렵다.
다행이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빨리 돌입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오히려 구조조정 덕분에 지난 2014년보다 선방한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도 많다.
국내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 한화케미칼에 대해 최근 신영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는 사업부 별로 전망이 엇갈린다.
태양광 셀을 모아서 만든 비교적 큰 부품이라 볼수 있는 모듈사업에 대해서는 초기 원가율 상승을 반영해 이익률에 부담이 될것으로 봤지만 태양광 시스템 설치 등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외형성장과 원가율 하락이 반영되며 호조를 보일것으로 전망했다.
신영증권이 지난 25일 내놓은 한화케미칼 전망보고서를 보면 "태양광 부문의 성장통으로 이익률 안정화에 부담이 있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3만5천원에서 3만2천원으로 내렸다.
오정일 연구원은 "태양광모듈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장되며 증설라인 가동 초기의 원가율 상승이 이익률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지속되는 증설로 원가율의 단기 등락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843억원)도 예상치와 컨센서스를 약 30% 하회했다"며 "주로 태양광 및 기타부문 영업손익이 부진해이익 규모가 예상을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태양광 부문은 대규모 수주 기반의 외형성장과 원가율 하락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영업이익이 1분기 1천108억원, 올해 5천170억원으로 빠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태양광 발전용 소재업체들 발표한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꾸준한 개선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급락 탓에 비록 화석연료 수준의 비용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grid parity)은 더욱 멀어졌지만 구조조정과 효율성 개선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결과로 풀이된다.
태양광 발전용 소재인 잉곳과 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2013년 312억원, 2014년 13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웅진에너지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덕에 흑자전환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업체인 SKC솔믹스는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해 3.6% 늘어난 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4분기 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은 넥솔론도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366억원으로 2014년 같은 기간 500억원에서 감소했다.
지난해 태양광 사업 중단 전까지 잉곳·웨이퍼 분야 주요 4개사에 들었던 오성엘에스티 역시 2015년 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했다.
올해 실적 전망이 사상 최고에 달할 것이라는 태양광 기업도 나왔다. 주인공은 신성솔라에너지다.
교보증권 손영주 연구원은 최근 신성솔라에너지에 대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484억원(QoQ +20.6%), 영업이익 39억원(YoY +24억원, QoQ +16억원), 모듈 가동률 상승(QoQ +40.2%p. 3Q15 45.3%→4Q15 85.5%)에 따른 매출 증가 및 셀 가동률 호조·수율 개선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실적이 급증하였다"라고 분석했다.
교보증권은 "신성솔라에너지의 1분기 영업이익은 40억원(YoY +32억원, QoQ +1억원), 태양광 설치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SunEdison 설치 수요 안정에 따른 셀 매출 호조 지속, 국내 발전소 건설 증가에 따른 모듈 가동률 상향(3Q15 85.5%→4Q15 90.0%)에 힘입어 ‘11년 1분기(44억원) 이후최고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교보증권은 신성솔라에너지의 올해 실적에 대해 " 영업이익 167억원(YoY +90억원), 순이익 92억원(YoY +71억원)으로 연중 실적 증익 추세가 지속되며 가파른 실적 개선이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2012년 공급과잉 심화로 몸살을 앓은 태양광 산업은 2013년 이후 사정이 조금씩 좋아지는 추세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발전시설 설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것도 이익구조 개선에 한몫했다.
유럽태양광산업발전협회(EPI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광 발전 설치량은 57기가와트(GW)로 전년비 24% 성장했다. 올해도 20% 정도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기업들 모두가 힘든 구간을 빠져나온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웅진에너지와 SKC솔믹스는 각각 240억원과 4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과잉설비, 재고 등과 관련한 대규모 손실처리 탓이다. 넥솔론은 빚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2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일부 신용평가사들은 웅진에너지에 대해 점진적인 실적 개선은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상환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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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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