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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전e] SK 창업주의 손자, 정주영 회장의 손자(현대가 3세),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요즘 마약범죄 혐의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스컴을 장식하는 뉴스메이커들이다.

수사당국이 일부 혐의를 입증했고 피의자들도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한 만큼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다 해도 그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론재판도 재판이다. 문제는 미디어의 보도 방식이다. 특히 피의자에 붙이는 수식어가 문제다.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피의자인데도 언론은 그의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거론하고, 그들이 창업한 기업의 이름을 아무 거리낌없이 들먹인다. 

물론 그동안 재벌의 갑질과 모럴해저드에 공분해 온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이번 재벌 3세들이 더 괘씸하고 더 한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대체 SK 창업주에게 지금 마약에 빠진 피의자가 생물학적으로 손자라는 것 외에 무슨 책임이 있을까? 아니 사람들은 SK 창업주가 최종현 회장이 아니라 그의 형인 최종건 회장이란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최종건 회장은 작고한 지 50년이 다 되어 간다. 이번에 마약범죄 혐의를 받는 손자는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조차 본 적이 없다. 그러니 할아버지에게 손자교육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정주영 회장도 마찬가지다. 마약범죄 피의자는 정 회장의 여덟째 아들인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옛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장남이다. 

굳이 가정교육의 책임을 따지자면 '정주영 손자'이 아니라 '정몽일 아들'이라고 하는 것이 그나마 타당하다.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해 피의자는 '정 씨'라고 하면서 아버지도 아닌 할아버지 이름을 들먹일 일이 아니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이다.

SK, 현대와 달리 3세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그룹사는 익명을 유지하고 중견기업은 실명을 써도 된다는 논리인가?

황하나 씨의 변호인 측은 왜 수사당국과 언론사들에 항의하지 않는가?

그룹사든 중견기업이든 창업주의 3세가 마약범죄 피의자인 것이 해당 기업과 관계가 있다면 피의자가 그 회사의 중역이거나 회사가 공범인 경우일 것이다.

3세들의 개인적 일탈과 범죄 때문에 기업과 창업주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매스컴이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언론이 개인의 죄를 윗대에까지 거슬러 묻는 '역(逆)연좌제'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군 회사, 또 회사를 키우고 지금도 성실하게 일하는 임직원들의 이름에 먹칠을 한 3세들은 더욱 부끄러워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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