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태국에서 슬로우보트로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가려면 1박2일이 걸립니다.

우리는 가격은 두 배지만 여섯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스피드보트를 탔습니다.

비싼 스피드보트를 탄 보람도 없이 프로펠라는 두 번이나 깨졌고 결국 배에서 내려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 자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배에는 여러 나라 사람이 있었지만 나와 칠레 사람들만 언성을 높여 따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라오스에서 칠레 친구들과 다시 마주쳤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함께 술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그중 여자가 한 명 있었습니다. 내 눈에 네 명의 남자 중 한 남자가 조심스레 그녀를 챙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연인이라 하기엔 너무 조심스러운 그의 행동에 나는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그녀와 8년간 사귀었다가 헤어졌지만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친구로 남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자 친구들과 함께 따라온 것입니다. 순간 마음이 짠했습니다.

8년이나 사랑한 여자를 친구로 지켜주어야 하는 서글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튿날 카페에서 그와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그녀. 그리고 모든 걸 알게 된 나를 향해 미소 짓는 그를 보았습니다.

나는 그들의 여행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길 바랐습니다.

여행은 가끔 기적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알렉스 김 

아이들의 꿈을 찍는 포토그래퍼. 내셔널지오그래픽 인물상 부문 수상자. 알피니스트. 신세대 유목민.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원정자원봉사자. 에세이스트. 

이름은 알렉스이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 스무 살 때 해난구조요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무작정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났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이든 카메라에 담았다. 하늘, 햇빛,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배우고, 하늘마을 사람들을 만나며 욕심을 내려놓고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스승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과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파키스탄에 알렉스초등학교를 지었다. 

65명의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자선모임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알렉스 타이하우스’라는 태국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고산지역 오지마을로 식량, 의약품,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오지에 두 번째 알렉스초등학교를 짓기 위해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며 김만덕기념관이 추진 중인, 지역 어르신 1,000명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어르신 장수효도사진 나눔사업’에 재능기부 포토그래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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