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권 선수 배제, 협회 입맛에 맞는 선수 선발…권한 없는 감독에 책임 물어 경질

[뉴스비전e 탐사보도팀] 선수 선발 권한이 없는 감독이 협회가 추천한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에 나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다.​ 협회는 ‘권한 없는’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 경기 중 해고 통지를 문자로 보냈다. ​우리에겐 메달 효자 종목 중 하나인 배드민턴 얘기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아시안게임 성적 부진을 문제삼아 11월 초 강경진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과 6명의 코칭스태프에 대해 계약을 해지했다.​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종료였지만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시안게임 결과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빚어진 감독과의 마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감독·코칭스태프 의견 묵살

노메달 책임 떠넘겨 문자 계약 해지

선수 선발 과정부터 의구심을 갖게 한 배드민턴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수모를 맛보았다.​

​단식·복식 모두 탈락하며 40년 만에 노메달로 경기를 마치게 된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기다린 건 계약해지였다.​

성적 부진에 대한 경질은 배드민턴 종목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기 종목인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타 종목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배드민턴의 경우 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 권한은 없이 책임만 져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아시안게임 성적을 위해 은퇴한 선수들이 합류해야 함을 협회에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이현일(남자단식)이나 이용대(남자복식)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해야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재차 요청했다. ​

하지만 협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려면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기아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규정까지 바꿔가며 집행부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추천, 선발했다는 게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2018 아시안게임 엔트리에는 경기력향상위원회의 규정이 기존 세계랭킹 순위 선발이 아닌 선수 추천제로 선발 방식을 변경했다는 게 골자다.

 

2017년에도 결승 엔트리 ‘억지’ 시도

특히 협회 집행부인 회장과 몇몇 부회장이 경기력향상위원회 결정이라는 의견으로 특정 선수들의 선발에 관여했다.

​그 결과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아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해 대표팀에서도 퇴출되고 은퇴 수순을 밟게 되었다는 것이다.

협회와 감독·코칭스태프간 갈등은 작년부터 시작됐다.

2017년 수드리만컵 세계 혼합 단체전 선수권대회에서는 기존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14년 만에 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과 임원들이 결승까지 온 것에 만족하자며 결승전 출전 선수 엔트리에 젊은 선수들을 대거 투입시키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그때는 이를 대표팀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감독 권한 책임 명확하게 부여해야

아시안게임 부진으로 인한 감독 계약해지는 그렇다 해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 어떠한 권한도 없는 감독에게 시합 결과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남발한다면 어떤 감독이 팀을 맡을 수 있을까.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게 상식이다.

협회 집행부도 선수 선발 등 일체의 과정을 투명하게 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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