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장연우 기자] PC용 게임 개발 기업으로 시작한 ‘ 밸브(Valve) ’가 가상현실(VR) 시장에서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이른바 'FAGMA' 보다도 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6년에 설립된 밸브는 하프 라이프(Half Life)와 팀 포트리스(Team Fortress) 게임 시리즈의 개발사이자,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Steam)’ 서버를 운영해 왔다. 

밸브는 스팀 서버 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주요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VR 게임 시장에 진입한데 이어, VR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보급을 위해 자사의 기술을 개방하는 등 다른 VR 기업들에게서 볼 수 없는 정책을 속속 내놨다. 

HTC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VR 콘텐츠 제공 기업으로 변모를 꾀해왔다. 

2003년부터 시작한 스팀 서비스의 전세계 이용자 기반이 현재 1억 2,500만명에 달한다. 

<사진 / 밸브>

 

◆오픈 플랫폼 정책에 글로벌 ICT 제휴 이어져

'스팀'에서 제공되는 게임의 수는 현재 약 1만 6,000 개이며, 이용자는 약 1억 2,500만명이다. 

이는 가정용 온라인 콘솔 게임인 ‘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 이용자 수 7,000만명과 ‘ X 박스 라이브(Xbox Live) ’ 이용자수 5,200 만명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PC 게임 플랫폼의 지존에 오른 밸브가 VR 시장에 진입한 것은 2015년 3월이다.

밸브는 이후, VR 게임 개발 기술은 개방하돼, 개발된 게임은 자사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서만 제공되게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밸브는 PC 용 게임 유통 경험만 있었기 때문에 VR 용 HMD 를 개발하는 HTC 를 파트너로 선택하여 시장에 진입했으며, 밸브와 HTC는 PC에서 구동되는 VR용 게임 개발 시스템 ‘ 스팀VR(SteamVR) ’ 과 VR 용 HMD 인 ‘ 바이브(Vive) ’ 를 발표했다. 

스팀 VR 을 이용하여 개발한 VR 게임은 PC게임과 마찬가지로 스팀 서버를 통해 제공되며, 현재 제공되는 VR 게임은 약 1,700 개로 스팀은 가장 많은 VR 용 게임이 유통되는 VR 게임 플랫 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밸브에 따르면 누적 25 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VR 게임은 2017년 2월말 기준 30개이 며, 페이스북, 구글, 삼성전자 등 다른 VR 업체들이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밸브가 VR 게임 수익화에서 앞서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밸브는 지난 2015년 4월  '오픈 VR(OpenVR)’ 전략을 발표했다. 

오픈 VR은 누구나 VR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으로, 밸브는 스팀 VR 용 게임과 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API, VR 용 HMD와 컨트롤러 제조업 체들에게 제공될 최소한의 성능과 기능을 규정한 레퍼런스 디자인, 개발자용 SDK 를 함께 공개했다. 

HTC의 스팀 VR 지원 HMD <사진 / 밸브 홈페이지>

밸브는 기술 사양은 개방했지만 오픈 VR 전략으로 개발된 콘텐츠의 전달이나 플레이는 스팀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으며, 유통되는 콘텐츠의 품질 관리를 통해 VR 플랫폼으로서 스팀 을 활성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픈 VR 전략을 중심으로 볼때, HTC 는 밸브에게 VR 용 HMD 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실제 다른 하드웨어 제조업체들도 오픈 VR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LG전자이다. 

LG전자는 2017년 3월 ‘2017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 Conference: GDC)’ 행사에 서 오픈 VR 로 개발한 VR 용 HMD 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HTC 이외의 업체로는 LG 전자가 향후 밸브가 제품 및 기술 생태계를 확장해 가는데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밸브가 VR 비즈니스에서 펼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PC시대 M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과 유사한 면이 있는데, 즉 VR 콘텐츠 생태계를 과점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밸브는 현재 오픈 VR 생태계 확장을 위한 행보를 더욱 넓히고 있다.

2017 년 1월에는 3차원 (3D) 음향 기술을 가진 ‘임펄소닉(Impulsonic)’ 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음향 기술을 오픈 VR 전략에 따라 공개함으로써 VR 콘텐츠의 기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VR 게임을 개발하고 플레이하는 ‘운영체제(OS)’ 라 할 수 있는 스팀 VR, 개발된 게임의 ‘유통 플랫폼’ 격인 스팀,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개발자 풀을 양성하기 위한 ‘개방형 개발 전략’ 인 오픈 VR 까지, 밸브의 일련의 행보는 PC 시대 MS 가 취한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8월말에 밸브는 MS 와 제휴도 발표했다. 

MS 진영에서는 향후 에이서, 델 등의 업체가 MS 의 혼합현실 OS인 ‘윈도 MR(Windows Mixed Reality)’를 탑재한 HMD를 출시할 예정이며, 향후 윈도 MR을 탑재한 HMD들은 모두 스팀에서 게임을 즐기는데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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