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김호성 기자] 정부가 국민들의 이통통신비 절감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휴대전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호 SKT 사장 <사진 / 뉴스비전e DB>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 박정호 사장은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자급제가 도입되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다른 생태계들도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 3사 CEO 중 유일하게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박정호 사장은 "고객 부담을 고려해 요금제를 전향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말해 눈길을 모았다.

◆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 단말기 즉 휴대폰 기기는 판매점에서, 통신서비스의 가입은 이동통신사와 대리점에서 담당하도록 완전히 구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소비자가 온 ·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직접 구입해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제도이다. 

이동통신사는 자체 직영점에서 요금제와 서비스만 제공하고 휴대전화를 판매하지 못하게 해 이통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동통신사의 판매장려금을 줄어들고 단말기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선택약정도 없어지는 만큼, 가격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완전자급제 도입되면 단말기 제조사 '타격'

하지만 휴대전화 단말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자급제가 반가울 리 없다.

현재 휴대전화를 가장 많이 대량으로 구입하는 단체 고객은 이동통신사다.

따라서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휴대폰 개발과정에서부터 이통사와 적정 출고가격을 상의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각 이동통신사별 단말기 지원금 집행여력 등을 고려해 새로 나올 신제품 가격을 협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비슷한 스펙의 휴대전화 신제품이라도 제조사간 경쟁 때문에 현재와 같은 고가폰을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다. 유통과정에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가격경쟁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완전 자급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 오고 있다. 

자급제가 시행된다고 단말기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7만여명에 달하는 단말기 유통 종사자 고통이 커지고 고용 문제도 발생해 유통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휴대전화 가격, 국내가 외국보다 2.6배 비싸 '한국소비자는 호갱'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우리나라의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이 외국의 2.6배다.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폰 구입을 강요받고 있는 것 아니냐, 같은 모델이라도 비싸게 판매되는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티즌들 사이에선 수년전부터 '한국소비자만 봉' '우리만 호갱'이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소비자들 자급제 도입에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펼친 설문조가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상 휴대전화 사용 국민 1천명 중 55.9%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급제를 찬성하는 이들(559명)의 찬성 이유로는 ‘복잡한 통신요금 구조에 대한 불신’(47.2%)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통신요금 인하 기대’가 35.1%로 뒤를 이었다.

◆ 정부,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해 '가계통신비 인하 추가 정책 준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취지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폐지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고 소비자 불편이 증가할 수도 있다”며 “곧 만들어지는 ‘통신비 인하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사장은 “정부가 정하면 따르겠다. 제조업체는 품질 좋은 휴대폰을 공급하는 일을 하면 된다”며 “완전자급제 도입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핵심이었던 기본료 1만1천원 폐지가 이통사의 반발로 사실상 불발로 돌아간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15일부터 휴대폰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긴 했지만 통신비인하 중장기 과제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추가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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