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중앙은행이 중앙은행 증권에 대한 비거주자 투자 제한을 철폐하고, 개인 주식 및 은퇴 계좌 단위 투자 신탁 펀드(PERA-UITFs)를 통해 중앙은행 증권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해외 거주 필리핀인들이 보다 다양한 형태의 저축과 투자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필리핀 중앙은행은 비거주자가 중앙은행 증권을 직접 보유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단위 투자 신탁 펀드(UITF)를 통한 간접 투자는 가능했지만, 비거주자의 펀드 지분이 전체의 1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었다. 이로 인해 해외 필리핀인(Overseas Filipinos)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증권에 사실상 투자할 수 없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10월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새로운 규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제한이 면제되었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13개의 PERA-UITFs 중 9개는 비거주자 지분 비율 제한에 막혀 중앙은행 증권 투자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각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이번 개정은 재정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국내외 필리핀인들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은퇴 저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방대한 해외 이민 인구를 활용해 민간 연금 제도의 발전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 1,000만 명이 넘는 필리핀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의 송금액은 지난해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차지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올해 초 고객이 기존 은행 계좌 정보나 금융회사의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PERA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이를 통해 약 1,000억 페소(약 22억 싱가포르 달러)의 자금이 필리핀의 자발적 은퇴 투자 계획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PERA-UITF는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제도로, 은행 및 신탁회사가 운용하며 중앙은행의 감독을 받는다.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어 소액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으며, 뮤추얼 펀드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필리핀은 국내외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장기적인 자본시장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