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는 것은 여전히 ‘살아 있는 일’이다-

노년은 언제부터 ‘소멸의 시기’로 여겨지게 되었을까. 영화 〈고기와 사람〉은 그 질문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던진다.
박근형,장용,예수정등 연기경력 도합 162년의 레전드 배우들이 전하는 이 영화는 세대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 한때 시인이었던 노인, 그리고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온 노인.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세 인물이 ‘공짜 고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단순한 소동극이 아니라 노년의 생존과 존엄, 그리고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출발점은 다소 우스꽝스럽다. “공짜로 고기를 먹으러 다니는 노인들.” 하지만 이 단순한 설정은 곧 삶의 본질에 대한 현실적 은유로 바뀐다.
노년의 삶에서 ‘고기’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살맛, 즉 생의 활력 그 자체다. 이들이 고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잃어버린 자존감과 웃음을 되찾는 삶의 여정이기도 하다.노년의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욕망’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이 인간다움의 증거임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노년은 여전히 ‘보호의 대상’ 혹은 ‘사회적 부담’으로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고기와 사람〉은 그 통념을 단숨에 비틀어 버린다.이 영화 속 노인들은 결코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농담을 하고, 서로에게 기대며, 때로는 허세를 부리고, 때로는 세상에 맞서기도 한다.
육체는 늙어가지만, 그 속의 인간은 여전히 뜨겁게 살아 있다.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는 일’이라는 것.
〈고기와 사람〉은 노년의 현실을 단순히 슬프게만 그리지 않는다. 그 속에는 사회의 냉정한 시선,빈곤, 돌봄의 부재, 세대 간 단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지만, 동시에 존엄과 유머, 그리고 관계의 힘이 자리한다.
고기를 함께 나누어 먹는 장면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공존의 은유다. 노년의 문제는 특정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우리 모두의 내일’임을 상기시킨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살 맛이 있습니까?”
노년의 현실은 분명 냉혹하다. 하지만 여전히 웃을 수 있고,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간의 힘이다. 〈고기와 사람〉은 늙음 속에서도 ‘살아 있음’을 분명히 발견하는 영화다.
고기를 먹는 장면보다 더 진한 건,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그들의 표정이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사람이다.” 영화 〈고기와 사람〉이 남기는 가장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다. <김창권 大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