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것은 ‘고령화’였지만, 앞으로 10년 내에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신약 개발과 첨단 치료법 확산으로 인한 **‘의약품 고가화’**가 고령화를 대신해 의료비 폭등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노인 인구 증가 속도가 둔화하더라도 의료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후생노동성의 2022년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민 의료비는 **46.7조 엔(약 3,176억 달러)**으로, 전체 사회보장 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의료비는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매년 **2~4%**씩 증가해, 2010년 대비 약 10조 엔이 늘어났다. 이는 사회보장제도와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임상종양연구그룹(JCOG)이 2024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비용은 10~15년 전보다 10배에서 많게는 50배나 상승했다. 매달 50만 엔 이상의 치료비는 흔해졌고, 1,000만 엔을 초과하는 초고액 진료비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는 비슷한데도 환자와 의사가 고가 신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환자의 과도한 본인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액 요양비 제도’의 상한 조정을 추진했으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 부족으로 반발에 부딪혀 보류된 상태다. 사회 보장 제도를 지탱하는 노동 연령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제력이 있는 노년층의 자기 부담 비율 상향과 같은 ‘능력별 부담’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의료비 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현장 차원에서도 비용 억제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기후현 오가키 시민병원은 약사가 직접 환자를 방문해 경구 항암제의 복용 및 잔여 여부를 확인한다. 항암제 한 알이 수만 엔을 호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이 제도를 통해 매년 약 700만 엔의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조사를 주도한 구니오 히데오 일본 적십자사 메디컬센터 의사는 “치료 효과 차이가 없다면 고비용 요법은 불합리하다”며, 각 의학회의 진료 지침과 후생노동성의 보험 적용 심사 과정에서 ‘비용 대비 효과’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의료비 문제는 단순히 고령화 대응을 넘어, 고가 신약과 첨단 치료제 확산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환자·의료계·정부가 함께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근본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