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구도 고착, 소통부채 대책 마련 시급

 

 ​21세기 정치 무대는 더 이상 국회 연단이나 정당 회의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유튜브 생방송, SNS 해시태그, 그리고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 피드가 정치의 새로운 중심이 된 지 오래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유투버는 상상 이상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뒤에는 김어준이라는 미디어왕이 버티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국민의 힘도 예외는 없다. 다윗 장동혁 대표가 김문수라는 골리앗에 맞서 역전승을 거둔 이면에는 보수 유투버들의 지원이 있었다. 

 ​이렇게 정보 소비 방식이 급변하면서 정치적 메시지 전달 구조, 지지층 형성 방식, 심지어 정당 내부의 권력 역학까지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기존 정당이나 정치인이 주도하던 정책 결정 구조는 점차 클릭 수와 구독자수가  결정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정치인의 정책 역량보다는 유튜브 출연 빈도, SNS 반응 수치, 그리고 밈(meme) 활용 능력이 더 주목받는 시대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자신만의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게 되면서, 전통 언론을 통한 검증이나 비판은 상대적으로 급격히 약화된 실정이다. 그 결과, 의제 설정과 프레임 구축의 중심이 왜곡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진짜 중요한 것 보다는 "잘 팔리는" 이슈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머 쥔 장대표, 전한길씨 처럼 급부상한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팬덤 정치'다. 

 이들은 정당 내부의 복잡한 절차보다는 온라인에서 먼저 지지 기반을 다지고, 그 열기를 당내 권력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이 팬덤 정치는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미디어에서의 성공을 위해 극단적이고 선명한 메시지를 내세우게 되면서, 정치의 중도와 타협, 깊이 또 깊이 생각하는 숙의 민주주의 가치는 약화된다. 

 정치인은 유권자보다 '팔로워'를 더 의식하게 되고, 이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건강성을 위협하고 있다. ​기성 언론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시민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 인플루언서,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정치를 해석 또는 판단한다.

 이른바 '펙트의 해체와 진영의 팽창'이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더 자극적이고, 확증 편향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결국 시민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만 접하며 반대자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키우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보였던 '찬탄' vs '반탄'과 같은 이분법적 구도로 정치를 몰아가고, 소통이 부재한 투쟁 구도를 고착화시킨다.

​ ​정치는 본질적으로 설득과 타협의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의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정치인을 설득가가 아닌 선동가로 만들고, 유권자를 비판적인 시민이 아닌 단순한 소비자로 바꾸고 있다. 

 정치는 점점 '쇼'가 되고, 유권자는 박수갈채나 야유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미디어 채널을 활용하는 정치인 스스로가 메시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 언론은 팩트 체크와 깊이 있는 해설 저널리즘을 강화하여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 역시 정보를 소비할 때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새로운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는 이제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를 구성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정치가 만들어질지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어떤 미디어를 선택하고 소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의 품격은 말의 격이 아니라,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조 속에서 유지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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