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집에는 시간이 머문다. 그저 벽과 기둥만 남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이 스며든 장소다.
전 MBC 김주태 기자의 《고택을 만나다》는 바로 그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탐색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전국의 고택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사진과 글을 엮은 문화 에세이다. 하지만 단순한 답사기가 아니다. 저자는 한옥의 처마를 올려다보며, 기둥의 갈라진 결을 만지며, 그 집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복원해낸다. 고택을 보고 있지만, 실은 사람을 보고 있는 셈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감이다. 저자는 기자 출신답게 현장에서 발로 뛴 취재를 바탕으로 집을 그려낸다. 사진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내는 매개다. 기와의 곡선, 마당의 여백, 문살 너머로 비치는 빛까지 세심하게 담아냈다.
한마디로 책을 ‘보는 경험’과 ‘읽는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셈이다.
저자는 단순히 건축 양식을 설명하지 않는다. 왜 이 집이 지금까지 남아있어야 하는지, 왜 우리가 고택을 돌아봐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 답은 집 안의 사람들과 그들이 남긴 삶의 흔적 속에 있다. 한옥의 구조와 철학, 유교적 가족주의의 상징성, 시대 변화 속의 존속과 퇴락이 모두 그 안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애초에 ‘전문서’가 아니다. 문화의 숨결을 기록한 에세이적 기록물이다. 따라서 일반 독자에게는 충분히 나름 의미 있는 접근법이다.
이책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을 담을 집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시간과 기억은 어디에 머물러 있습니까?”
이 책을 덮고 나면, 집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고택은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숨 쉬는 문화의 공간이다.
남한강 상류인 강원도 영월 주천에서 태어난 김작가는 고향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해 성남서고등학교, 고려대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MBC에서 35년 동안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서로는 시집 <내가 사는 세상>, <푸른 추억과 나무(공조)>, <명품고택 명품강의> 등이 있다. <김창권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