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지켜보면서 가까운 측근들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사람을 배신하는 모습에서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정파를 떠나 한 나라의 나랏님을 가까이서 모시던 측근 장군들의 행태입니다.
평소 무슨 음식을 많이 드셨는지는 모르지만 어려움에 처한 주군(主君)을 홀로 두고 자신들이 지은 죄를 감경받고자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리는 행태를 목도하면서 충성심 없는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숙주나물은 한 나절이면 상해버립니다. 그래서 쉽게 변질되는 인간들은 '숙주나물 같은 인간'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콩으로 싹을 틔운 나물은 콩나물, 메밀로 싹을 틔우면 메밀나물, 산에서 자라는 취나물의 어린 잎을 따서 데친 후 말리면 취나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녹두로 싹을 틔운 나물은 녹두나물이라 하지않고 숙주나물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아시는지요?
녹두로 싹을 틔운 나물을 조선시대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녹두나물이라고 불렀습니다.
녹두나물이 숙주나물로 불리게 된 시대적 배경은 이렇습니다.
조선시대 초기 제6대 왕이었던 단종을 단종의 숙부였던 수양대군(후에 제7대 임금으로 즉위하면서 세조가 됨)이 단종을 폐위시킨 후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된 단종을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시키고, 나중에 사약을 내려 독살까지 시켰습니다.
당시에 훗날 사육신이 된 성삼문과 도승지(都承旨:조선시대 승정원의 6승지 중 으뜸 승지)로 있던 신숙주는 절친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쿠테타가 발생한 엄중한 상황에서 성삼문 등 사육신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단종의 폐위를 반대했습니다.
신숙주(申叔舟)는 원래는 충신이었습니다.
성삼문을 비롯한 단종 옹위파들은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이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주장에 신숙주도 당연히 동참할 것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신숙주(申叔舟)가 숙주나물처럼 순식간에 변절해 버린 것입니다.
이와 관련 사람의 변심은 숙주나물보다 더 짧은 순간에 변해 버리는 것을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터득합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