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총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 회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이상 기호순) 등 후보자 6명이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이목은 정부는 물론 체육회 내부에서 조차 ‘3연임’ 도전을 반대해 온 이기흥 후보에게 집중됐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은 자신이 임명한 위원들로 구성된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사실상 ’셀프‘ 추천으로 대한체육회장 3연임 도전의 길을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스스로 연 인물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기흥 후보가 강조한 건 ”난 결백합니다“로 요약된다. 자신은 모든 의혹과 관련이 없으며 직원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 체육회 측이 그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건 경위에 대한 검찰의 질문이 있었고 자신은 해명했을뿐이란 주장에 새로울 건 없다. 의혹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고 반박했다.
사실일까. 이기흥 후보 측은 정부(국무총리실)가 감사 결과에 따라 회장 지휘를 박탈하자 곧바로 행정심판 집행정지를 법원에 제출했다. 서울행정법원의 심의 결과는 ‘기각’이었다. 정부 기관의 감사 내용에 따른 회장 업무 정지의 사유가 인정되며 효력을 정지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검찰도 경찰도 선거까지 10여일 남은 상황에서 이기흥 회장의 유죄를 검증 할 길은 없다. 안타깝게도 비상계엄과 탄핵, 항공기 참사 등 국가적 법리 이슈가 즐비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이기흥 후보의 횡령 및 비리 혐의는 크게 3가지다. 직원 부정채용과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의 사적 사용 등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점은 현직에게 유리한 선거인단 구조다. 체육회는 기존 100% 무작위 방식에서 약 10%에 해당하는 선거인단을 각 시·군·구 체육회에서 지정하는 '지정 선거인'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는 예산 지원 등 기득권을 가진 현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짜고 치는 ‘짬짜미 표'란 지적이 많았다.
투표소 확대와 온라인투표 도입 등도 무산됐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단 하루 150분에 맞춰 서울 올림픽공원까지 생업을 포기하고 투표에 참여 할 현장의 체육인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선거 제도 곳곳에 체육인들의 권리와 인권을 침해하는 요인들이 존재하지만 토론회 어디에서도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현 대한체육회 집행부가 전국 투표율 증대와 같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사안에 미온적이고 묵묵무답인 이유는 기득권을 가진 현직 회장에게 유리한 선거구조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지 수수방관한 세월이 역사적인 통합체육회의 첫 출범이후 8년이나 흘러갔다
또 다른 문제는 선거 이후 혼란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기흥 회장이 3연임 할 경우 ”회장직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단일화의 첫 도화선이 됐던 ‘강신욱-박창범’ 후보 캠프를 포함해 ‘反이기흥’ 후보 간의 결집이 무산된 상황에서 3연임이 현실화되면 체육회가 재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난은 무책임을 먹고 허를 찌른다. 공은 2244명의 체육인들에게 넘어갔다. 노파심에 털어놓자면 ”어떤 후보를 찍고 휴대폰 인증사진을 보내달라“는 식의 부탁에는 절대 응해선 안된다. 어렵겠지만 투표권을 포기하는 일도 금물이다. 체육인들이 범죄와 비리 혐의자에게 투표해야 하는 비극은 이번이 마지막이여야 한다.
이상기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총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