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의 개혁과 혁신도 때를 놓치면 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하게 만들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의료개혁, 이른바 4대개혁의 우리 국가의 경쟁력 있는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박차를 가해야 되는데 실상은 난관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이밍 관련 해서 그 실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어렸던 시절,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본 당시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드리겠습니다.
1968년, 약 50여년 쯤 전의 일입니다.
당시 필자의 고향 하동에는 모내기를 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아서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농민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애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경지정리가 되지 않았던 데다가 수리시설 또한 엉망이어서 비가 내려야만 모내기를 하는 천수답을 가진 농민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원래 벼는 하지(夏至) 전에 모를 내어야만 가을에 정상적으로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해에는 하지를 한 달이나 넘긴 7월 20일이 지나서야 비가 내렸고, 농민들은 늦었지만 논에 물을 대고 한참이나 웃자란 모를 옮겨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열심히 김을 매고 농약을 뿌리고, 비료를 주는 등 지극정성을 다하여 벼를 길렀습니다.
한 달 쯤 지나자 벼는 일찍 옮겨심은 다른 벼나 마찬가지로 잘 자라는 듯 보였습니다.
8월 중순에 벼 이삭이 패어 올랐고, 외견상으로는 별다른 느낌을 가질 수 없을만치 농사를 잘 지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10월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농사를 제대로 지은 것처럼 보였던 벼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 뻣뻣하게 서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시기에 옮겨 심었던 벼는 알차게 여물이 들고 누렇게 잘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시기를 놓치고 늦게 옮겨심은 벼는 이삭이 하늘을 향한 채 꼿꼿하게 고개를 쳐 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1년 농사를 완전히 망친 것입니다.
우리 국가가 그런 처지에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서는 잘 아시는지요?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시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 달 늦게 옮겨심은 벼가 열매를 맺지 못하듯 우리 국가도 잘 나가던 시절의 향수에만 젖어 있다가 첨단 산업의 퇴조와 국가경쟁력 하락과 함께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우리가 변화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사이에 다른 국가들은 혁신에다, 변화를 더하여 빠른 발전을 일굼으로써 지금에 와서는 우리를 추월하고 말았습니다.
4대 개혁을 통해 효율적인 정부 운용이 이루어지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도모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입니다.
실기하면 그 만큼 다른 국가에 비해 뒤떨어지는 결과를 갖게 되는 겁니다.
결국 현재는 힘들어도 미래(세대)를 위해 과감한 혁신과 개혁이 요구됩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