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식품가격지수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식량안보를 여러 차례 언급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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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식량난에 대한 우려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이후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씨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장기전, 극한기후, 자국 우선 수출정책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곡물가격 변동폭이 확대됐다.

미국 싱크탱크가 구축하고 상품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식품정책연구소는 곡물 가격의 과도한 변동을 모니터링하는 일련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세계 주요 곡물가격의 일일 변동을 크기 순으로 '빨강, 오렌지, 녹색' 3단계로 나눠 식량위기 발생 위험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023년 6월 이후 연질밀, 경질밀, 옥수수, 대두, 쌀 등 5개 주식에 모두 과도한 가격 변동의 '빨간불'이 켜졌다.

9월 1일 현재 5개 주식에 연속 '빨간불'이 켜진 시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발발한 2022년 3월부터 5월까지를 넘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식량가격의 지표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8월 식품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1% 하락한 121.4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초기 최고치보다 24% 낮아 위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요 곡물의 국제 시장 가격 변동이 심화되어 식량 위기의 위험이 발생했다.

가격 변동이 크고 수익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민들은 언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기업 등의 농업 투자도 소극적이 돼 생산에 차질을 빚기 쉽고 식량 부족 기간이 길어진다.

가격 변동폭이 확대된 배경에는 복잡한 요소가 있다.

가뭄과 폭우 등 극한 날씨가 원인 중 하나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가뭄에 따른 농작물 흉작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쌀과 설탕 등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극한의 날씨는 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파나마운하는 해상물류의 중심지로서 이례적으로 물 부족으로 취항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대기 선박이 정체를 빚었다.

일본 종합상사의 시게타 식품대두과장은 "산지인 미국에서 파나마 운하를 거쳐 동아시아로 반입되는 옥수수와 대두 등의 수입원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한 대형 상사의 곡물 담당자는 밀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곡물을 보면 "어떤 지역에서는 작황이 좋지 않더라도 날씨 조건이 다른 지역에서는 정상적인 작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은 없었다"고 말했다.

무역을 통해 잉여 지역에서 부족 지역으로 곡물이 흐를 수 있다면 심각한 식량 부족과 가격 폭등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걸림돌이 되는 또 다른 리스크가 생겼다.자국의 식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수출을 규제하는 국가가 늘어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이전 3개국만 곡물 수출을 제한했지만 8월 27일 현재 19개국으로 늘었다.

쌀의 최대 수출국인 인도는 7월 일부 고급 품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쌀 수출을 금지했다.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의 수와 관련 품목도 늘고 있다.

수출 규제는 식량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관련국들의 수출 삭감으로 시장 공급이 정체되면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겨 자국 이외 국가의 구매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의 벤치마킹을 자극하면 공급은 더 줄고 가격은 더 오르는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선언 이후 태국 베트남 등 다른 수출국이 대체 공급원으로 나서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쌀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쌀 수출 가격이 올랐다.

일본의 한 대형 상사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영향, 세계 정세 불안, 잦은 기후 이상 사태 등을 감안하면 높은 가격 변동률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9일 정상선언을 채택하고 식량안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식량난이 재발하면 최빈국에서 기아 인구가 늘고 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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