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중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 외교적인 언사보다는 다소 감정적인 키워드가 자주 언론에 이슈화되고 있음은 이를 잘 반증한다.
한중관계는 미중 관계의 큰 틀 안에서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심각한 불만’, ‘결례’, ‘맞불’, '내정간섭'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다소 생소하기만 하던 상호 거친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언급한 바 있는(웨젠·約見)용어이다. 중국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관을 중국 외교부로 부르거나 제 3의 장소에서 만나 중국 측의 항의성 내용이나 의견을 등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외교 용어다.
보다 강경한 항의성 만남을 의미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나다)에 비해선 수위가 낮은 대응이다. 한국 외교 용어로는 ‘초치’(招致)에 해당한다.
한중 양국은 주재하는 상대국 대사를 상호 웨젠(約見)이나 초치(招致)를 취한 것이다.
이미 상호 간에 점차 고조되는 반감정서와 함께 ‘미소포니아 증상’의 초기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소한 문제에 대한 특정한 소리(반응)에도 서로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보면 그저 넘길 수 있는 사안에도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는 선택적 과민 증후군이다.
한중 수교 관계는 이미 30년을 넘었다.
"삼십 년은 상전벽해였고, 삼십 년은 봄꽃과 가을의 열매였다(三十載滄海桑田, 三十載春華秋實)”는 말처럼 겨우 성숙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지정학적·역사적인 연원을 고려할 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마음속으로 바램 이었다"는 전 주중 한국 대사 소회도 나왔다.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다는 뜻의 중국 표현인 ‘불망초심(不忘初心)’이 상호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중관계는 어쩌면 미국의 대외정책과 한미 동맹 관계를 고려 시 태생적인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대미경제 의존도는 점차 상승 추세에 있다. 그러나 점차 낮아지고는 있지만 한국의 대중 경제의존도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G2, 미국과 중국 관계가 히로시마 G7이후 다소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국내 경제 상황과 바이든 정부가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닌 ‘탈 리스크’de-risking)‘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이미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현실적으로 다른 국가가 쉽게 대체 불가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에 세계의 제조공장 중국과 탈동조화는 현실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인 피해를 우려 미국의 탈동조화 요구에 유보적인 입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른바 미국이 ‘탈리스크화(de-risking)’로 스탠스를 전환한 배경에는 현실적으로는 중국 위협에 대한 공통 인식과 대응 필요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실리적인 측면을 고려해 타협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향후 바이든 정부는 대중정책에 있어 봉쇄, 경쟁, 협력의 3가지 혼용정책(mixed policy)을 추진할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이 對중국 전략을 전환 하는 배경에는 미국이 이제 충분한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경제의 고(高)성장 신화가 깨질 것이라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예상보다 더딘 회복에 중국 채권시장에서 5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이 이탈 현상과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 지속, 높은 청년 실업률, 생산자물가지수(PPI)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장기 불황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고성장을 구가하던 예전의 중국 경제성장률이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레전스 유닛(EIU)은 지난 7일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을 늦춰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을 역전하는 시점을 20작년 5월 예측한 2032년보다 7년 후퇴한 2039년으로 제시했다.
이에 이데올로기, 가치 동맹에서는 봉쇄전략, 첨단 과학기술분야에서는 경쟁, 기후변화, 환경에서는 협력정책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18일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도 완화될 지 주목된다.
결국 대외적인 환경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고요함과 냉정함을 갖고 상황에 맞게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한중간에 파열음이나 상호 신경을 거스르게 만드는 행동이나 자극적인 언사를 누구나 최대한 자제해야한다. 여야 간에도 물밑 대화를 통해 대중·대미정책관련 이견을 최대한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일단 입으로 뱉으면 주워 담기 힘들다. 말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 그게 외교의 묘미이다. 골이 깊은 감정은 치유하는데 오래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한 템포를 늦춰서 심사숙고해서 대응해도 늦지 않는다.
침묵과 여유 속에 관조함이 깃드는 신비함과 전략적 모호성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그곳에 오히려 참된 가치와 미래지향적인 발전성이 존재한다.
"정수유심, 심수무성-靜水流深, 深水無聲)”이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고요함 속에 참 진리가 있는 법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