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과 손 맞잡은 손흥민/사진=뉴시스 제공
벤투 감독과 손 맞잡은 손흥민/사진=뉴시스 제공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 2022년은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해다. 공교롭게도 호랑이는 우리 축구 국가대표 엠블럼으로 활용되고 있다. 흔히 호랑이의 특성은 성격이 용맹하고 정의로우며 협동심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2지신을 나타내는 동물 중에서 가장 축구 경기의 특성과 가장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2022년 월드컵 경기에 임하는 우리 축구대표팀은 새해부터 ‘코로나블루’ 로 우울하고 짜증스러운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신선한 청량감을 안겨 주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5일 2016년 유로에서 기적을 이룬 아이슬란드(62위)와의 친선 경기에서 5-1로 이겼다. 새해 통산 첫 A매치에서 기분 좋은 쾌거였다.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이 진행 중인 현재 본선행에 매우 가까워진 상황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이 유력하다. 이제 월드컵 본선 진출도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대한민국 월드컵 사상 첫 본선 진출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대회였다. 당시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일본과 1승 1무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미 공군 수송기로 헝가리와의 첫 경기 불과 10시간을 앞두고서야 현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헝가리에 0–9로 대패했으며, 터키와의 2차전에서도 0–7로 패하며 월드 클래스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번 새해 첫 A매치는 손흥민과 황희찬 등 유럽파 주축 공격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전력 누수가 우려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국내파 선수들이 몫을 톡톡히 해주면서 경기를 압도했다. A매치 데뷔 골을 기록한 선수만 4명이 나왔을 정도로 뉴 페이스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벤투호는 K리거 '플랜B' 경쟁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향후 해외파 시너지 기대감을 더하면서 원활한 세대교체로 더 밝은 미래를 보여주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높은 평점을 얻었다. 논스톱 패스 타이밍에 맞춰 수비 후방 공간을 파고드는 순간적인 침투력, 협동심을 발휘한 날카로운 슈팅력,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까지 두루 빛난 장면을 연출하였다.

그야말로 전략적인 측면에서 세대교체. 플랜B. 국내 토종 선수 발굴에 중점을 두었다면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논스톱 킬 패스. 골 결정력. 공간 침투 및 활용을 통해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 경기는 3대 요소에 의해서 승패가 좌우된다. 우선 상대방 위치와 자세, 전반적인 배치 상황을 잘 읽을 줄 아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거기에 자기가 원하는 방향과 패스 목표를 염두에 둔 볼 키핑 능력, 순간적인 체력경쟁에서 힘을 바탕으로 유리한 자세를 선점하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축구는 어떤 종목보다 강력한 체력이 가장 요구되는 운동이다. 힘과 나이가 반비례한다는 점에서 축구선수는 나이가 들면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예술가를 ‘장인(匠人)’이라 부르는데 축구에는 ‘장인’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 경험이 많아지면서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진다. 어쩌면 시야로 체력을 커버해야 한다. 분명 선수 나이가 들수록 체력도 떨어지기에 그래서 상시 ‘자기 관리’가 긴요하다.

이에 선수에게 ‘노력의 시간은 경기력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이 통용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A매치 경기에서 경기 해설자 공히 선수들이 경쟁적으로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한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향후 월드컵 본선까지 생존을 위한 자리싸움은 시작되었다. 이번 전지훈련은 출발점인 셈이다. 아이슬란드전에서 전력 차를 줄일 가능성을 보여준 벤투호에 경쟁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노련미와 투지력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명성이 널리 알려진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냐 불굴의 투지로 무장된 젊은 피로의 ‘세대교체’냐의 ‘샅바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분명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長江後浪推前浪) 현상, 젊은 후학들은 가히 두려워할 만하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 분위기는 선후배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것이다.

이제 한국 축구 대표팀은 최종 예선 10경기 중 4경기가 남은 가운데 한국은 1월 27일 레바논과 7차전, 2월 1일 시리아와 8차전을 모두 원정 경기로 치른다. A조 3위인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이르면 7차전에서 월드컵 본선행이 조기 확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월드컵 본선 경기다.

월드컵 경기가 이전에는 6월에 열렸지만, 카타르의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청량한 11월로 개최 시기가 변경됐다. 4년 전 러시아 땅에서 눈물을 흘렸던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0)은 축구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마지막 월드컵 무대이자 약속의 땅 카타르에서 해피엔딩을 꿈꾼다. 지난 4년간 벤투호는 한국 축구 팬들과 함께 성장하고, 함께 진화했다. 함께 부침(浮沈)을 겪어오면서 이제는 열정적인 ‘벤투’와 ‘손흥민’ 팬덤(fandom)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의 '전략'과 그의 '발'에서 한국 축구가 다시 탄생하기를 ‘검은 호랑이’ 새해에 기대해 본다. 축구 대표팀의 엠블럼 값(가치)에 걸맞은 성적을 내어주기를.

이상기 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부총재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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