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손미숙작가제공
사진=손미숙작가제공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숲을 즐겁게 날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깨어 보니, 대체 장주인 자신이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유명한 이야기이다.

‘나비’는 손미숙 작가의 작품세계에 있어 출발점이고 작품 전체를 이끄는 기호이다. 온전한 날개를 지닌 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나비의 이미지에, 작가는 장주와 같이 자신을 투영시켜 현실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 즉 이상향을 향한 순수한 소망을 담아내고 있다.

그가 ‘나비’를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중국 장가계 여행에서 우연히 반짝이는 나비와 마주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에서 시작한다. 이에 불현듯 새로운 사유와 존재에 대한 설렘을 얻게 되어 이때부터 기억 속의 풍경을 나비 이미지로 담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손미숙작가제공
사진=손미숙작가제공

더불어 작가는 낭만적인 동경과 꿈을 지닌 존재로 나비뿐만 아니라 나무와 숲의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낸다. “우리 앞에 놓인 모험과 시련, 동경, 탐색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며 이러한 소재들을 그려냄으로써 스스로 내면을 정화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라고 작가는 전했다.

작품 속에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있는 대나무는 작가가 꿈꾸는 의지의 표현으로써 유연하면서도 강건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상승하고자 하는 대나무의 속성과 나비의 날갯짓은 서로 연결된다. 굳건한 대나무와 함께 비상하는 나비의 이미지로 그려낸 그의 작업은 다채롭고도 조화롭게 느껴진다.

환상적이고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풍경, 그 속에서 날갯짓하는 '나비'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진실로 낭만적 꿈을 가진 순수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인간 내면의 고독함에서 벗어나 자유롭기를 소망한다. 자칫 삶에 대해 염세적으로 표현하고 넘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이러한 작품세계를 통해 삶의 의지를 다지고, 나아가 자유로이 유영하고 싶은 현대인의 자화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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