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 제시 이후 알리바바, 텐센트 각각 1천억 위안 기부 의사 밝혀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 개입 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 경고
“공동부유는 부자와 기업가의 적극적인 창업 의욕 떨어뜨려”

사진=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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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구호를 내세운 이후 중국 규제 기관의 강한 압박을 받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1천억 위안(약 17조 9490억 원)을 사회복지 사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중국 유명 경제학자가 정부 개입이 많아질수록 ‘공동빈곤(共同贫穷)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프랑스 공영 라디오방송 RFI 등에 따르면 장웨이잉(张维迎)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일 ‘중국 경제 50인 포럼(中国经济50人论坛)’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중국 경제 50인 포럼은 중요한 경제 커뮤니티로 류허(刘鹤) 중국 국무원 부총리 주도로 1998년 설립했으며 중국 시장 경제학 대부 우징롄(吴敬琏), 차이팡(蔡昉) 전 중국사회과학원 원장, 이강(易纲) 인민은행장 등 저명한 경제학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장 교수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고 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계속 추진한다면 중국은 공동 부유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에 대한 믿음을 잃고 정부 개입이 갈수록 많아진다면 중국은 공동 빈곤이라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시 주석이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 촉진을 강조하고 기부를 독려하는 ‘3차 분배’를 제시하자 상장 기업 73곳이 실적 보고서에 공동부유 정책에 대한 호응을 언급했다.

3차 분배는 고소득층의 자발적인 기부를 바탕으로 사회자원과 부를 분배해 사회적 격차를 좁히고 더 합리적인 소득 분배를 실현하자는 개념이다.

먼저 텐센트가 ‘지속 가능한 사회가치 혁신’ 사업과 ‘공동부유 특별 계획’에 1천억 위안을 투자한다고 발표하자 알리바바도 2일 1천억 위안을 투입해 ‘공동부유 지원 10대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장웨이잉(张维迎)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교수/사진=웨이보
장웨이잉(张维迎)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교수/사진=웨이보

3일 장융(张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알리바바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공동부유 실현을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현실적이었다. 당일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4% 가깝게 하락했고, 뉴욕증권거래소에서도 주가가 올해 주당 최고 300달러(약 34만 7460원)에서 170달러로 폭락했다.

장 교수는 공동부유 강요는 부자와 기업가의 적극적인 창업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일자리, 소비자, 자선사업 등에 영향을 끼쳐 국가가 다시 빈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혁개방이 중국 사회를 더 평등하고 공평하게 만들었고, 시장 경제가 서민들에게 빈곤에서 벗어나 부자가 될 기회를 제공했다”라면서 “시장 경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한 시스템”이라고 표시했다.

이어 “정부와 자선단체는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면서도 “가난을 구제하는 돈은 형식적으로 정부나 자선단체가 주지만, 그 돈은 본질적으로 기업가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가들이 부를 창출했기 때문에 정부와 자선단체가 빈곤 퇴치에 자금을 쓸 수 있다”라며 “기업가들이 부를 창출할 열정이 없다면 정부와 자선단체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없다”고 언급했다.

장 교수는 “정부와 자선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를 한 그룹에서 다른 그룹으로 옮기는 것뿐”이라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방송 RFI는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 구호를 내세우면서 ‘반자본’과 ‘반독점’을 앞세워 많은 민간기업을 압박해 중국에서 ‘재산 재분배’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장 교수가 자신의 견해를 신중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현재 중국 웹 사이트에서 장 교수가 중국 경제 50인 포럼에 기고한 글은 검색이 불가능하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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