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킨, 대체 반도체 사용 모색
필립스 중국법인, 에어컨 납기 기간 기존 45~60일에서 180~360일로 지연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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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에어컨 공급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본 에어컨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3일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 전기와 후지쓰 제너럴은 일부 에어컨 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있으며 다이킨도 대체 반도체 사용을 모색할 계획이다. 가전제품 양판점(다양한 브랜드의 가전제품을 대량 구매해 저가에 판매하는 소매점)은 에어컨 재고가 부족한 매장이 등장하면서 소비자에 대한 영향이 확대할 전망이다.

일본의 한 대형 가전제품 양판점 관계자는 “여러 에어컨 제조사가 올해 여름 에어컨 공급 문제와 납품 지연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라면서 “이 때문에 에어컨 재고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져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파나소닉은 일부 제품에서 공급량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고, 미쓰비시 전기는 6월 하순 이후 소형 에어컨을 중심으로 감산에 들어갔다. 후지쓰 제너럴도 프리미엄 에어컨 생산을 줄이고 보급형을 먼저 생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 다이킨은 수요량이 많은 제품을 먼저 생산할 계획이다. 다이킨 관계자는 “지금은 생산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반도체를 충분하게 공급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이킨이 확보한 반도체는 8월 생산분만 채울 수 있어 이후 공급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이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 때문이다.

올해 3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나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대부분 전자제품에 탑재되어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 공급이 정체되면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

르네사스는 생산 능력을 회복했지만, 가전제품에 쓰이는 MCU 납기가 늦어지면서 공급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화물 수송용 컨테이너 부족도 일본의 에어컨 수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이킨은 에어컨 품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체 반도체 사용을 모색 중이다. 신규 반도체 공급업체를 찾아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데 보통 1년 반이 걸리므로 다이킨은 반도체 공급업체에 기존 반도체 제품을 받아 에어컨 가동 시험을 하고 문제가 없으면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는 해외 업체들의 에어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립스 중국 법인의 에어컨 납품 기간은 기존의 45~60일에서 180~360일로 지연됐다. 필립스 중국 법인이 사용하는 반도체 절반은 일본 등 국가에서 구매한다.

일본에서는 가전제품 양판점과 에어컨 제조사 간 에어컨 구매 상담이 성수기 전에 끝나 에어컨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작다. 이에 대해 닛케이 신문은 반도체 부족 여파가 장기가 지속하면 반도체 가격과 유통비용 상승으로 내년 여름 에어컨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영 기자 chosy@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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