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 후 휴가 처음 취소···일·중·북한 외교현안 직접 챙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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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취임 후 휴가 처음 취소···일·중·북한 외교현안 직접 챙기기로
  • 이현섭 기자
  • 승인 2019.07.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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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전e]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했던 여름 휴가를 취임 이래 처음으로 전격 취소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외교 갈등에서 그 배경을 찾는 시각이 중론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국면 속에서도 이뤄졌던 여름 휴가를 문 대통령이 물리기로 결단한 것은 일본·중국·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외교 갈등을 그보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 8월2일까지 닷새 간 예정했던 여름 휴가를 취소했다고 청와대가 28일 밝혔다. 

문 대통령의 여름 휴가 취소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 7월30일~8월5일, 지난해에는 7월30일~8월3일 각각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의 휴가는 '7말8초(7월말에서 8월초)'에 이뤄진다는 공식이 정설로 굳어졌다. 올해 계획했던 휴가도 '7말8초' 기간을 벗어나지 않았다.

ⓒ뉴시스

매년 여름 휴가는 다녀왔지만 순탄한 적은 없었다. 

첫해인 2017년의 경우 북한이 7월28일 오후 늦게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휴가 출발일을 29일에서 30일로 하루 늦춰야 했다. 당시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엄중한 국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 1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해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 부과 방안,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잔여 4기 조기 배치 검토 등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당시에도 휴가 연기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하루 늦게 출발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휴가 기간 평창을 찾아 이듬해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대통령 차원의 관심을 독려한다는 취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에서였다.

지난해에는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비핵화 외교전이 진행되던 속에서도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대신 '독서 리스트', '휴가지 공개' 등 사전 홍보를 최대한 배제한 '조용한 휴가'를 택했다. 주로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며 의미있는 행보의 경우에만 사후에 공지하는 방식의 휴가를 다녀왔다.

올해의 경우 청와대 내부적으로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언급하는 것조차 최대한 자제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통상적으로 출발 일주일 전에 휴가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던 관례와 달리 휴가를 취소한 이날까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문 대통령 스스로 휴가 취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휴가 여부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것에는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외교 갈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독도 영공 침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은 북한의 계속된 대남 비방 메시지 등 해결해야 할 외교현안이 산적한 상황 속에서 휴가를  강행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휴가 취소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률안 처리 방침이 가변적인 상황,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당면한 현안들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러 외교 현안 중에서도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골자로 하는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통과 시점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간 벌이고 있는 치열한 '전략게임' 양상 속에서 휴가를 예정대로 진행하기엔 부담이라는 것이다.

ⓒ뉴시스

앞서 지난 24일 여름 휴가를 떠났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언제 각의(우리의 국무회의)를 열어 기습적으로 통과시킬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 전망과 달리 일본이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문 대통령의 전격적인 휴가 취소 결단에 주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에 쏟아진 공식의견서 분량을 감안할 때 모든 의견서를 검토해야하는 숙려 기간 때문에라도 신속한 개정안 처리가 어렵다는 정부 전망과 달리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휴가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6일 "아베 총리가 오는 8월2일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공식 휴가 마지막 날에 일본이 전격적으로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골자로 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휴가 취소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다음달 15일까지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인 가운데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론의 역풍 등 정무적인 판단도 휴가 취소 결정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일본 각의에서 관련 개정안이 통과시킬 것을 대비해 정부 차원의 충분한 논의는 마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일본의 결정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문 대통령이 휴가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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