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무예(武藝)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방법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우리 삶의 역사라고 할 수 있으며, 신비스럽고 깊은 철학적인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

무예는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표현하고 표출하는 점에서 무용과 유사한 면이 많다. 전문적으로 무예 수련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무예와 무용의 다른 점을 물으면 답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예와 무용의 크게 다른 점은 무예의 모든 동작에 공격과 방어, 즉 공방(攻防)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태권도, 우슈, 유도, 검도, 합기도 등의 모든 무예에는 이러한 개념이 있다.

무예에는 공방과 같은 형이하적인 개념도 있지만, 참선이나 기(氣)수련 등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추구하는 종합적인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치유(治癒)의 사전적인 뜻은 ‘병이 나음’이다. 유사한 단어인 치료와는 다소 의미 차이가 있다.

치료는 실제 병이 나음을 말하지만 심리적인 안정의 의미는 없다. 이에 반해 치유에는 정서적, 심리적인 내적 요소가 있으며, Cure치료보다 Healing몸이나 마음의 치유으로 번역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치유는 심리적 안정과 같은 내적 치유, 힐링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무예를 통한 치유는 무예를 통한 회복, 즉 힐링의 의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무예를 통한 치유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무예 자체가 일반 사람들에게 그저 특별한 사람 혹은 무예 고수(高手)나 유단자들이 하는 특별한 기예 정도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폭넓게 알려지지 않았다. 잘 알려진 이소룡, 성룡, 홍금보, 이연걸, 조문탁 등의 배우들이 멋지게 표현하는 신비한 기예나 기술 정도였다.

물론 중·고교시절 무협지를 조금 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장풍이나 급소 공격과 방어를 통한 마비, 치료 혹은 치유에 대해서 추상적이지만 간접적인 경험의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무예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필자의 경험을 통해서 피부에 더욱 와 닿을 수 있다. 필자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2006년 귀국해 국내 대학 강단에서 자기소개를 하면서 필자가 어떤 전공 교수처럼 보이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학생들은 당연한 듯 철학이나 역사 전공 교수로 보인다고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체육대학 교수라고 소개한 다음 세부 전공을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무용 전공 교수라고 했다. 필자는 무예학과 교수이며, 동양무예나 체육 역사와 철학과 관련된 실기와 이론을 지도하고 있다고 했더니 가벼운 탄성이 일었다. 믿기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외부 강의나 활동에서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무예는 연약해 보이는 여성보다 남성이 하는 기능과 기예로서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무예는 아직은 어색하고 특정 분류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우리 삶과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필자는 이러한 우리 삶과 생활 속의 무예를 꺼내어 펼치고, 한 여아가 직접 경험한 무예를 통한 치유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 박귀순 교수는...

영산대 태권도학부 동양무예전공 교수. 대만국립사범대와 일본국립가나자 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무예사’, ‘한·중·일 무예교류사’, ‘무예사상· 철학’, ‘체육철학’, ‘체육사’ 등을 중심으로 한 이론과 우슈를 비롯한 동양무예 실기를 가르치며, 무예를 통한 치유의 가능성과 방법, 효과 등을 설파하며 실용적인 학문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무예 실기에 치중된 무예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이론과 인성을 겸비한 미래지향적이고 화합할 수 있는 무예, 체육인이 성장할 토대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무예의 역사·문화적 조명》(공저, 2004), 《體育ㆍスポーツ史の世界-大地と人と歷史との対話-》(공저, 2012), 《한국체육사》(공저, 2015), 《한국체육인명사전》(공저, 2015), 《한국의 스포츠학 70년》(공저, 2017), 《동양무예의 연구-한국의 무예도보통지의 24반 무예 형성을 중심으로-》(2017) 등이 있다. 그리고 국내는 물론 중국, 대만, 일본, 그리고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History of Sport>(SSCI) 등의 저명 학술지에 무예와 체육·스포츠와 관련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동북아시아 체육·스포츠사학회 최우수논문상(2005)과 한국체육사학회 우수논문상(2016)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영국 러프버러대(Loughborough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하며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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