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오늘날 전세계가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2025년 전 세계의 데이터 생산량은 약 163ZB 정도의 크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6년에 생성된 16.1ZB보다 약 10배정도 늘어난 규모이다. 각국의 정부와 산업계가 빅데이터가 가진 잠재성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빅데이터 시장 역시 기업들의 빅데이터 분야에 대한 투자 증가, 정부의 빅데이터 산업 지원 노력 등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약 900만 달러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ICT 시장에서 빅데이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20년에는 2.6%로, 2013년의 0.6%에서 약 4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국내 빅데이터 시장 또한 세계 빅데이터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의 등장과 함께 산업 내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ICT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 기기의 확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 사물인터넷(IoT)의 보급 등으로 인해 빅데이터의 기반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술 또한 점점 진보해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빅데이터 시대에는 단순히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그 안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정제해낼 수 있을지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이종간 데이터 융합'이다.

국내에서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데이터 융합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부의 역량를 강화하고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정부·민간 데이터 융합분석을 추진해오고 있다.

◆ 해외유입 감염병 차단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과학기술 정보통신부와 질병관리본부는 KT가 가진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외감염병 예방을 위한 민·관 빅데이터 융합사업을 추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KT가 제안한 '로밍 빅데이터를 활용한 해외유입 감염병 차단 서비스'를 2016년 빅데이터 선도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스마트 검역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은 해외 로밍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오염국가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을 확인한 후 감염병 잠복기간 동안 모니터링하는 검역정보화 사업이다. 

KT 빅데이터센터 직원들이 해외감염병 발병지역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 / KT>

먼저 통신사 고객이 감염병 오염국가에 방문해 로밍을 하면, KT에서는 감염병 오염국가 방문정보를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하고 고객에게 감염병 신고안내 문자를 전송한다. 감염병 오염국가를 방문한 고객이 국내 도착 시 질병관리본부에 입국자 정보가 전송되고 KT에서는 고객에게 입국시 자진신고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 

또한 고객이 감염병 증상이 발현해 의료기관에 방문하게 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보유한 오염국가 방문이력정보를 해당 의료기관으로 전달해 진료 시에 해당 내용을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통신사 고객은 오염국가를 방문하거나 귀국시에 관련 감염병 안내 문자를 받아볼 수 있으며,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오염국가 방문자 통계를 검역 정책 수립 및 해외유입 감염병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감염병 오염국가 방문 이력 정보를 확인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다.

2017년 4월부터는 서비스 대상이 KT 뿐만 아니라 LGU+, SKT로 확대 적용되어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감염병 안내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통신 로밍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 심야버스노선 개발

서울시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로 시민이 필요로 하는 심야버스노선을 개발하고 2013년부터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일명 ‘올빼미버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올빼미버스 노선도 <사진 / 서울시>

서울에서는 낮 시간대 못지 않게 야간 시간의 경제활동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심야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은 거의 택시로만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야간 교통서비스의 수요 대비 공급 미달 상황과 그로 인한 교통서비스 수준의 악화,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시민들의 야간 경제활동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에서는 공공 심야전용버스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심야전용버스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심야버스의 경로별 수요를 파악해 최적의 운행노선도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서울시는 심야버스노선 개발을 위해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휴대전화 통화이력 데이터에서 추출한 개인위치정보를 활용키로 했다. 

KT는 공익사업을 위한 민·관 데이터 협력이라는 큰 틀 하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개인신변과 관련된 데이터 항목을 제외한 통화기록 정보를 서울시에 제공했다. 서울시는 우선 2013년 3월 한 달 동안의 KT 통화데이터 30억 건을 분석해 심야시간 (0~5시)대의 유동인구 밀집지역을 파악했다. 여기에 500만 건에 달하는 시민들의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심야버스노선을 구축했다. 

 

◆ 한국교통연구원의 ViewT 플랫폼

교통량과 관련된 정보는 도로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핵심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며, 해당 데이터의 정확성에 따라 도로정책의 효과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교통량 정보는 고속도로 이외의 도로에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수집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예 수집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이와 같은 교통 데이터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공공부문의 교통량 빅데이터와 민간의 내비게이션 빅데이터를 융합해 교통량 자료가 수집되지 않는 도로의 교통량까지도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민간의 내비게이션 자료는 현대엠엔소프트에서 제공하는 2015년 1년치 내비게이션 데이터 87억 건이 활용됐다. 

'View T 1.0' 인트로 화면 <사진 / 국가교통DB센터>

한국교통연구원은 일부 구간에서만 관측되던 공공의 관측교통량 자료와 전국 단위로 수집되는 민간의 내비게이션 자료를 융합해 전국의 미관측도로의 교통량을 추정할 수 있는 ‘ViewT 1.0’을 2017년 9월부터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기존 현장조사를 통한 전국도로대비 교통량 수집량은 고작 3%에 불과하였으나 한국교통연구원이 개발한 민·관 빅데이터 융합 기술을 활용하면 전국도로의 95%까지 교통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공공의 관측교통량 자료와 민간의 내비게이션 자료는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각자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ViewT 1.0’에서 제공하는 분석기능에는 일반 시민들이 전국의 교통량을 파악하는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교통량 자료를 수집하지 않았던 지자체들이 해당 지역의 교통현황을 파악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민·관 교통 빅데이터 융합분석을 통해 도출한 다양한 결과들은 향후 효과적인 국가교통정책 수립을 위한 가치 있는 참고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관 데이터 융합위한 다양한 시도들 꾸준히 이어져

서울시에서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골목상권 창업에 도움이되는 ‘우리마을가게’ 라는 상권분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서울시는 시가 보유한 공공데이터에 BC카드, KB카드, 나이스 지니데이타, KT, 오픈메이트 등의 민간데이터를 결합해 서울시내 골목상권의 소비지출 동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공한다. 

제주시에서는 전국 최초로 ‘지역 거점형 민·관 융합 데이터 서비스 표준모델과 포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제주도가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교통, 관광 관련 공공데이터에 카카오가 보유한 생활기반 데이터를 융합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산시에서는 ‘민·관 빅데이터 융합을 통한 선제적 범죄 예방 지원 서비스 개발’의 일환으로 오픈메이트와의 협업을 통해 신규 CCTV 설치장소 위치를 도출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민간기업인 SK텔레콤 역시 지자체 및 공공기관과 총 80여 건에 달하는 데이터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민·관 빅데이터 융합분석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빅데이터의 활용과 민·관 데이터 융합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다가오는 지능정보사회에서는 데이터 활용 경쟁력이 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 되기 때문이다.

각종 데이터들의 융합분석을 통해 빅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발굴해내는 사례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며, 그 방식 또한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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