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이진구 기자] 러시아의 인공지능 기술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해 왔다. 1960년대 소련시기에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 연구가 시작됐으며, 1980년대에 최초로 신경정보학 협회가 구성돼 국제학회가 개최됐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의 IT회사들이 인공지능 분야의 러시아 수학자, 프로그래머, 지식공학자, 언어학자 등을 대거 채용했다.

러시아의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아직 그리 크지 않지만,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과 일반 기업들의 투자와 비즈니스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16년 러시아의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약 1억 달러로 세계 1위 미국의 규모(400억 달러)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나, 현재의 성장 속도로 보았을 때 2020년에 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 인공지능 시장 규모 <자료 / 딜로이트>
SAP에 따르면 2007년부터 러시아의 민간 회사 및 공공기관에서 1386건의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가 추진됐으며, 그중 1229건의 프로젝트가 러시아 정부에 의해 지원됐다. 2007년부터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된 러시아 정부 자금 규모는 약 230억 루블로 추산되며, 러시아 정부의 지원은 교통, 국방, 보안, 재무, 정보통신, 소매 분야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286개 대학교에서 인공지능 관련 석사 학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5만 명의 학생이 데이터분석, 머신러닝, 음성 및 이미지 인식, 컴퓨터 언어학 등 65개의 인공지능 관련 학문을 전공하고 있다. 최근 5년간 20만 명의 인력이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지원 활발   
 
러시아 정부의 첨단기술 개발 지원 정책에서는 인공지능이 별도 항목으로 명시돼 있지 않으나, 각 정책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세부 핵심 기술로 지정돼 목표 및 기한을 두고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첨단기술 개발 로드맵인 '2035 국가기술 이니셔티브' 중 무인자동차 개발 로드맵에서 자율운행로봇시스템의 핵심기술로 인공지능이 지정돼 해당 기업 및 연구기관에 대한 프로젝트 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이 밖에 무인항공기, 인간-기계 통신 로드맵을 통해서도 인공지능분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SAP사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인공지능 분야의 투자와 지원은 데이터 분석, 추천시스템(Recommender Systems), 음성 및 영상 분석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결과로 2016년 데이터 분석 분야의 일자리 수는 2015년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로보틱스, 머신러닝, 컴퓨터 시각 등의 분야에서 유망한 프로그램들이 대거 개발됐다.
 
  
◆얼굴·음성 인식 기술 세계적 수준, 금융 분야의 적용 활발, 임베디드 등 유망
 
러시아의 인공지능 분야 기업들은 주로 로봇, 국방, 보안, 음성 및 이미지 인식, 데이터 처리 등의 분야에 집중돼 있다. 얼굴인식, 음성인식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Ntech Lab사는 2015년 미국 워싱턴대학교가 주관한 얼굴 인식 알고리즘 경진대회에서 Google의 솔루션을 제치고 1위를 수상,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 1위 검색엔진사인 Yandex는 택시, 내비게이터 등의 서비스에서 음성인식을 적용했는데 러시아어의 경우, Google보다 인식률이 정확하다. Yandex는 자연어 인식, 인간-기계 대화 분야까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상용화는 금융 기업 서비스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는 2015년에 채무자 호출 인공지능 솔루션인 'Iron Lady'를 출시했으며, 2016년 말에는 'Robot Lawye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유력 은행인 VTB24는 최근 중소기업용 챗봇(chat-bot)을 선보였으며, Alfa-Bank는 브로커를 위한 트레이더 용도의 'Alfa-Direct 4.0'를 출시했다. 러시아 최대 인력채용 사이트인 HeadHunter사는 머신러닝 기술에 기반한 일자리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7년 2월에 이루어진 Accenture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대기업의 약 삼분의 일가량이 머신러닝, 임베디드 인공지능, 비디오 분석, 자연어 처리 등의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오분의 일가량의 기업들은 로보틱스, 딥러닝, 컴퓨터 시각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혔다. 러시아 유력 SI기업인 'Asteros Group'사의 '인프라 및 정보통신 솔루션부' 부장은 향후 러시아에서 의료분야(시각화 및 환자 원격 진료), 세일즈 및 마케팅(소비자 행동 분석, 개별 Assistant-bots), 비즈니스 분석(빅데이터), 보안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 기업들의 대러시아 투자 활발
 
 Intel사는 러시아 'Cognitive Technologies'사와 협력해 인공지능에 기반한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Cognitive Technologies'사는 Intel Capital사 지분(15~20%) 인수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2017년 5월 SAP CIS의 대표는 연로 및 에너지, 서비스 비즈니스, 공공부문에서 러시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공동으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 이를 위해 대용량 데이터 처리 부서를 신설했는데, 이 부서의 최우선순위 업무는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이라고 언급했다.
 
개인 기업들 외에 국영 연구소나 대학들도 인공지능기술을 활발히 개발하는데, SAP사는 인공지능분야에서 투자와 연구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유력 연구기관으로 모스크바대학교,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산하 이미지 처리 시스템 연구소 등 7개를 선정했다.

많은 글로벌 IT기업들이 러시아에 R&D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유력 벤처캐피털들이 러시아 IT기업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도 러시아의 고급 프로그래머 인력층을 활용하는 방안이나 합작회사 형태로 러시아 인공지능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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