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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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오룡호는 지난 2014년 12월 1일 러시아 인근 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사조산업 소속의 명태잡이 트롤어선입니다. 당시 총 60명의 선원이 승선해 있었으나, 침몰 후 구조된 인원은 7명뿐이었고 나머지 53명이 사망(확인 27명, 실종 26명)한 대형 해난 사고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잊힌 재난이 되었습니다. 그해 4월의 세월호 사고 후의 큰 사건인지라 당시 제2의 세월호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희한하게도 금세 잊혔습니다. 그 추운 겨울 바다에서 얼음장 같은 거센 파도에 휩쓸리며 숨이 멎었을 선원들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마음이 아픈 사건이었습니다.

도마 위에 오른 건 사고 이후 사조산업의 대응이었습니다. 사조 측은 사고가 천재지변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38년 된 스페인산 노후선박을 그해 산 것이 드러났으며 탑승한 지휘 선원들의 자격 문제도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 사조산업은 유족과의 합의 과정에서 많은 불협화음이 일으켰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거친 바다로 나갔고 기어이는 생명을 잃어버린 선원들의 가족에게 개별 접촉을 통해 회유하며 보상금을 줄이려 했습니다.

유족 개개인을 접촉해 1인당 3500만 원을 줄 테니 합의하자면서 언론에는 2~3억원을 보상하겠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그것은 보험료, 퇴직금 등 법정 보상료를 포함한 것이라며 사측의 언론 플레이를 비난했습니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고 6년이 지난 지난해 2월이 되어서야 1심 판결이 이루어졌고 당시 임직원 6명에게 집행유예 2~3년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조산업의 대응을 보면 현재의 소액주주와의 다툼의 뿌리가 보입니다. 큰 기업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철학이 빈곤하게 느껴지지요.

필자는 회사 측이 무한한 보상이 아니라 위험을 항상 수반하는 어업기업으로서 존엄한 생명에 대한 태도를 조금 더 진지하게 보였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상상력의 빈곤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조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전문가가 들여다봐도 복잡하고 난해한 숙제입니다. 오너 승계의 방정식을 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사조산업그룹의 장래가 밝아 보인다고 전망합니다.

업계의 선두주자일 뿐만 아니라 보유한 자산도 엄청납니다. 캐슬렉스 서울의 부동산만 해도 4~8조 원을 호가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불러봅니다. 응답하라 501오룡호! 슬기로운 사조산업에 대한 소고였습니다.

이의찬 객원 논설위원 ftnt58@naver.com

*객원 칼럼은 필진의 개인적인 사견이 포함될 수 있으며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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