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1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양국 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축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제공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1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양국 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축사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제공

우여곡절 끝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달리고 지쳐 있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은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개막식 주제처럼 지구촌 많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올림픽은 화합과 협력의 장이 마련되는 스포츠 외교의 장이기도 하다. 전 세계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수십억 명 이상의 눈길과 외신의 초점이 주최국으로 쏠린다. 주최국이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자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외교적 ‘이미지 확장’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일 양국 간의 어색한 관계는 이번 올림픽 스포츠외교 중 아쉬운 대목 중 하나다. 지난 과거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는 일본과 이번 만큼은 반드시 과거사가 정리되어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차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올림픽 개막을 맞이했다.

앞서 일본 방위성은 올 초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바 있다. 올림픽 개막을 몇 일 앞둔 상황에서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의 ‘성적 망언’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냉기류는 급속히 확산했다. 부정적 기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취소로 이어지면서 한일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얼어붙은 양국 국민들 간의 소통에 물꼬를 튼 건 경기 결과다. 얽히고설켜 감정싸움까지 겹친 한일 외교 관계 복원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올림픽 야구와 배구 등 한일전을 통한 훈훈한 감정교류가 양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였다는 평가다.

일본의 전 국가 대표 야구선수 사토 타카히코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며 한국에 승리를 헌납한 바 있다. 그런데 그는 동병상련(同病相憐) 입장에서 도쿄 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일전에서 팽팽했던 8회에서 3실점을 내준 고우석 투수가 “한국 언론에서 전범 취급을 받는 모양"이라며 “힘들면 연락해”라고 위로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여자 배구에서도 화제가 이어졌다. 세계랭킹 우위에 있던 일본팀이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배구 여제' 김연경의 활약에 비록 패배했지만 김 선수의 리더십에 열광하면서 ‘김연경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심이 폭발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김 선수 관련 사진에 댓글을 다는 일명 '밈'(meme)'이 확산하고 있다.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은 쿠베르탱 올림픽 정신이다. 올림픽이야말로 인종과 종교, 이념을 넘어서 평화와 우정을 쌓고 인류 공동의 선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세계인이 함께하는 축제이자, 스포츠 외교의 대표적인 플랫폼이란 얘기다.

오는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일본의 2차 대전 패전 일에 양국 정상이 내놓을 메시지에 따라 관계 복원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 경기를 통해 싹튼 양측 국민들의 좋은 감정의 씨앗이 어긋난 한일 관계를 봉합하고 공생의 길을 함께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먼 곳에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더욱 더 긴요한 법이다. 마음이 통하면 일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심통사달(心通事達)’의 순리로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풀어야 한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이웃은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감정을 내세우지 말고 냉철하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한 외교 관계 전략이 요구된다. 양국 정상의 임기가 끝나기 전,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완적 관계로 승화 될 수 있는 통 큰 협상과 결단을 기대해 본다.

이상기 논설위원(세계어린이태권도연맹 부총재) sgrh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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