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이제마의 의학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인가. 고전을 이해하는 가장 논리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해결방법은, 원래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해 가장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물론 과학을 말할 때 세간의 통념에 얽매인 과학적 도구나 과학적 지식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으로서의 ‘과학적 사고’를 의미한다. 사상의학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접근은 단순히 ‘의학이라면 모두 분자생물학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의심대로 내용을 잘게 나누어 객관적으로 옳은가 하나씩 확인해보는 것이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은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유학(儒學)을 토대로 몸과 마음을 고치는 의학이다. 인간의 본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21세기 학문에서는 심리학 일 것이고, 인간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는 의학이기에 ‘생리심리학에 기반을 둔 심신의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동의수세보원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나가는 인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나가고 있으므로 ‘생물심리사회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에 기반을 둔 전통의학’이라 할 것이다. 

신체적 측면에서 사상인의 특성을 연구한 결과들은 한결같이 소음인과 태음인이 가장 대조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비만, 고혈압 그리고 당뇨로 대표되는 50대 이후의 대사증후군에 이환될 가능성이나 비만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도구인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는 소음인, 소양인, 그리고 태음인의 순서로 높아진다.

생병리적 임상특성에 있어서도 부교감신경 반응성(parasympathetic reactivity)은 소음인이 낮고 태음인이 높은 반면, 교감신경 반응성(sympathetic reactivity)은 태음인이 낮고 소음인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근력과 근육량에서는 소음인과 소양인이 가장 대조적인데, 소음인은 약하면서 적고 소양인은 강하면서 많다. 신경계에 있어서는, 제프리 그레이(Jeffrey A Gray, 1934-2004)의 행동억제체계 및 행동활성화 체계와의 비교연구를 통해서 이 두가지가 소음인과 소양인의 생병리적 특성이라는 것도 알려졌다.

동의수세보원의 생물심리사회적 이론들이 다양한 전통을 지닌 학문들과 비교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재해석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심리적 및 사회적 측면에서도 소음인과 소양인은 매우 대조적이다. 소양인은 높은 외향성을 지니고 있으며, 청소년기에 규칙위반과 같은 외현화 문제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미디어에 대한 반응이나 수용성도 높다. 이에 반해, 소음인은 높은 내향성을 특징으로 하며, 청소년기에 불안과 우울로 대표되는 내재화 문제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미디어에 대한 반응이나 수용성도 매우 낮다고 확인되었다.

 

 

◆ 채 한 교수는...

부산대 한의학과 교수.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문학>신인문학상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하버드 의대,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토야마대와 워싱턴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한의사로는 드문 해외유학파로 ‘한의학 국제화’, ‘한의학 교육학’, ‘생리심리학’이라는 다양한 학문적 관심위에서 ‘사상의학’을 몸에 대한 치료뿐아니라 마음을 키우는 차세대 한의과학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문文·사史·철哲의 탄탄한 토대가 없다면 과학은 영혼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왕성한 논문 발표와 함께 해외 저명 학술지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을 담은 저서로 《실습으로 익히는 의학논문 작성법》(공저, 2017), 《동의생리학》(공저, 2016), 《한의학 한자 1000》(2014), 《침구시술 안전 가이드》(공저, 2011)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비전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