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뉴스비전e] 포도나 표주박이 넝쿨에 주렁주렁 매달린 그림도 자식이 많은 것을 상징합니다. 덩굴만대(蔓帶)은 만대(萬代)와 발음이 같아서 그림처럼 포도와 덩굴을 함께 그리는 이유도 자손이 만대까지 끊이지 않고 번성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동양에서 오복은 아주 중요합니다.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살고, 신분이 높아지고, 자식을 많이 두고, 덕을 베풀어 칭송받는 것입니다. 이 모두를 갖출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지요. 옛날에는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의 수명이 짧았고, 자식도 귀했답니다. 그래서 위의 그림처럼 생생하고 우아하게 핀 연꽃에 원앙새 두 마리를 그려서 젊은 부부의 방에 걸어두고 많은 자식을 기대했답니다.

그림은 국화 꽃 옆에서 수탉이 병아리를 돌보고 있는 그림입니다. 국화꽃은 장수를 의미하니 병아리처럼 많은 자식을 낳고 오래 오래 장수하면서 모든 자녀가 이름을 떨치는 것을 보라는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꼬끼오!” 하고 우는 장닭이 그려져 있으니 닭이 울 듯 자녀들이 이름을 세상에 날리라는 공명의 뜻도 있지요.

수세미가 넝쿨에 주렁주렁 달렸군요. 포도나 석류처럼 주렁주렁 자식이 번성하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맹자》에는 자식이 없는 것은 불효라고 했습니다.

활짝 핀 연꽃의 아름다움에 누구나 한 번쯤 반했을 겁니다. 연꽃과 연밥연꽃 열매는 “집안이 튼튼하고 자손이 번성하라.” 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본고지영(本固枝榮), 뿌리가 굳으면 가지가 번성한다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꽃은 진흙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푸른 연잎과 우아하고 고운 자태로 꽃을 피운다고 해서 군자의 지조에 비유되면서 옛 선비들이 즐겨 그리고 감상했답니다.

새우는 수염이 유난히 길어 보이는군요. 긴 수염을 가진 새우는 바다의 노인, 즉 해로(海老)를 같은 독음을 가진 해로(偕老)로 읽어, 부부가 백년해로할 것을 기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새우 그림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거나 큰 기업, 회사에서 많이 걸어 두고 감상합니다.

심지어 일반 가정에서조차 인기가 있답니다. 왜 그럴까요. 새우는 갑옷을 입고도 굴신이 자유로워 “하는 일마다 마음먹은 대로 순조롭게 술술 풀리세요.”라는 숨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 이나나 작가는...

아트갤러리 빛 관장. 계명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와 계명대에서 동·서양 미술사를 강의하고, ‘미술의 사회적 역할’, ‘미술의 인문적 소통’, ‘예술로 재생되는 ‘구도심’을 키워드로 예술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을 운영 중이다. 또한 동양미술에서 <문인화의 연원과 근대 영남문인화의 형성에 관한 연구>로 대구와 김해 문인화를 비롯한 한국 영남지역의 근대 문인화의 형성과 발전에 주력하면서, 전통문인화의 현대적 계승을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 《문인화의 연원과 영남문인화》(2013), 《대구미술 100년 사》(공저 2016) 등이 있고, 논문은 《서병오와 근대 연남문인화 형성》(2011), 《김 해문인화의 미적 특질 연구》(2015) 외 다수가 있으며, 대구·경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위한 <우리 지역 스타작가 알아보기> 평론을 3년째 집필하고 있다. 현재 경상북도 건축미술 심의위원, 한국미술협회 평론분과 이사, 경북미술협회 평론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미술비평 빛과 삶 연구소’ 소장으로 포항의 구도심 지역 예술문화거리 정착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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