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그림 속의 복숭아는 ‘삼천 년 만에 꽃이 피고, 삼천 년 만에 열매를 맺고, 삼천 년 만에 익는다.’ 는 ‘천도(天桃), 하늘나라에 있다는 복숭아’입니다. ‘삼천’은 ‘수가 많음’을 뜻하며, 복숭아가 여러 개 달린 그림 역시 다수(多數), 즉 수가 많음을 뜻합니다. 원래 고대 동양에서는 숫자 셋 이상이면 ‘많다’의 의미를 부여했지요. 

‘수(數)’는 독음이 ‘수(壽)’ 와 같아서 천도는 목숨 수(壽)라는 우의를 갖게 되어 ‘장수하다’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지요. 천도는 ‘득도를 깨달은 한 사람이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그림은 모두 복숭아가 셋 이상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다수도(多壽圖)>라고도 부릅니다.

크고 굵은 두 글자가 보이지요. 서예의 전서체로 ‘多壽(다수)’라고 적혀 있네요. 그림을 해석해 볼까요. 복숭아가 셋 이상 주렁 주렁 먹음직스럽게 달렸으니 “신선처럼 오래오래 사세요.” 라는 뜻입니다. 금이야, 옥이야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오래오래 사시라고 선물하고 싶군요.

소나무는 백(百)을 상징합니다. 여기에서 100은 천(千)보다 작은 수가 아니라 ‘완전한 숫자’를 의미합니다. 완전한 숫자 100을 상징하는 소나무는 ‘장수’라는 우의(寓意), 사물에 빗대어 의도한 뜻을 드러내거나 풍자함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시사철 푸르게 우뚝 선 소나무는 군자를 닮고자 했던 선비들이 즐겨 그렸던 소재였습니다. 낙락 장송이 군자처럼 당당하게 서 있고, 강에서 나룻배를 타고 유람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군요.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콧노래 흥얼거리며 낚시하고, 엄마와 아들은 평화로이 강가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이 가족이 소나무처럼 오래오래 단란하기를 축원하는 그림이군요.

해오라기

구사도(九思圖)라는 그림입니다. 아홉 마리의 백로를 그린 그림을 구사도(九思圖)라고 합니다. 공자는 <논어〉의 <季氏篇계씨편>에서 군자가 행동할 때 지켜야 할 아홉 가지 덕목을 말했는데, 

‘사물을 대할 때는 밝게(視思明), 들을 때는 총명하게(聽思聰), 안색은 온화하게(色思溫), 태도는 공손하게(貌思恭), 말은 신중하게(言思忠), 일할 때는 성실하게(事思敬), 의심스러울 때는 물어서 밝히고(疑思問), 화날 때는 잘못해 환난이 주위에 미치지 않을까 생각하고(忿事難), 이득이 있을 때는 그것이 의로운가를 생각하라(見得思義)’고 했어요. 

여러분, 한자를 잘 보세요. ‘思’가 9번 사용되었습니다. 백로 아홉 마리를 나타내는 ‘구’와 ‘생각 사’가 9번 들어간다고 ‘구사’입니다. 보기에도 단아하고 품위있어 보이는 백로가 갈대 우거진 물가에 서있는 모습이 마치 낚싯대를 강에 드리우고 좋은 때를 기다리는 은자(隱者)같이 고고하고 기품 있어 보이지 않나요.

석류그림은 다자(多子), 자식이 많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붉은 석류는 주머니 속에 씨앗이 가득 들어 있어서 자식이 많은 것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석류 그림을 신혼 부부 방에 걸어 두고 많은 자식을 소망했답니다. 옛 사람들은 자식이 많은 것을 오복(五福) 중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어떤가요. 붉은 석류가 탐스럽지 않나요.

 

◆ 이나나 작가는...

아트갤러리 빛 관장. 계명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와 계명대에서 동·서양 미술사를 강의하고, ‘미술의 사회적 역할’, ‘미술의 인문적 소통’, ‘예술로 재생되는 ‘구도심’을 키워드로 예술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을 운영 중이다. 또한 동양미술에서 <문인화의 연원과 근대 영남문인화의 형성에 관한 연구>로 대구와 김해 문인화를 비롯한 한국 영남지역의 근대 문인화의 형성과 발전에 주력하면서, 전통문인화의 현대적 계승을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 《문인화의 연원과 영남문인화》(2013), 《대구미술 100년 사》(공저 2016) 등이 있고, 논문은 《서병오와 근대 연남문인화 형성》(2011), 《김 해문인화의 미적 특질 연구》(2015) 외 다수가 있으며, 대구·경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위한 <우리 지역 스타작가 알아보기> 평론을 3년째 집필하고 있다. 현재 경상북도 건축미술 심의위원, 한국미술협회 평론분과 이사, 경북미술협회 평론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미술비평 빛과 삶 연구소’ 소장으로 포항의 구도심 지역 예술문화거리 정착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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