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참게가 갈대와 함께 그려져 있군요. 게와 갈대를 함께 그린 그림은 “합격을 기원합니다.”라는 뜻입니다. 게의 등딱지를 ‘갑(甲)’이라 하는데 한 마리를 그려 놓거나 갈대로 묶어 놓으면 과거시험에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뜻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능이나 공무원, 대기업 시험 등 각종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찹쌀떡을 전하며 합격을 기원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게와 갈대가 함께 있는 그림을 그려주면서 합격을 기원했다니 생활 속에서 그림 감상을 실천했군요.

게와 갈대

조선후기 풍속도로 유명한 화가 단원 김홍도의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입니다. ‘게(蟹)가 갈대꽃을 탐하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가지고 놀고 있으니 게 두 마리는 게딱지(甲)가 두 개이므로 이갑(二甲)이 되어 ‘두 번의 과거에 모두 장원급제해 임금이 내리는 음식을 받는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화가는 그림 속에 재미난 글귀를 적어 놓았군요. ‘해룡왕처야횡행(海龍王處也橫行)’, ‘바닷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는 뜻입니다. 과거에 급제해 왕 앞에 나아가도 왕의 권력 앞에서 절대 눈치 보면서 비굴해지지 말고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성품대로 똑바로 살아야 함을 말한 것 같습니다. 게가 왕의 비위에 맞춰 어정어정 앞으로 걷는 순간 더 이상 게가 아니겠죠.

한눈에 보아도 무척 화려하고 예쁜 꽃이군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이랍니다. 모란꽃만 그린 그림은 <부귀도(富貴圖)>가 됩니다. 모란은 꽃의 왕이라 일컬어지며 부와 귀함을 나타내지요. 옛사람들은 지인이나 친척이 새집을 장만하거나 이사를 해 입택(入宅)하면 축하의 의미로 모란꽃 그림을 선물했답니다. 집의 주인이 부자가 되고 남들로부터 귀한 사람으로 대접받으라는 의미이지요.

모란과 바위

또 모란꽃에 바위를 곁들여 그리면 <대부귀역수고(大富貴亦壽考)>가 됩니다. 바위는 ‘장수’를 상징합니다. 집주인이 “크게 부귀하면서도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기원을 담아드리는 것입니다.

모란과 바위

모란꽃은 부귀를 뜻하는데, 여기에 “꼬끼오!” 하고 우는 장 닭을 그려 넣으면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이름을 널리 떨치고 부귀를 누리라는 <부귀공명도(富貴功名圖)>가 됩니다. 부자에 귀한 사람으로 공명, 즉 세상에 이름까지 날리면서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았지요. 부귀공명 할 수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 이 없겠군요.

모란과 수탉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붉은 머리의 10마리 학이 긴 목과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면서 갖가지 우아한 자태로 서있군요. 학은 고고한 인품과 은일자를 상징하고, 장수하는 영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수를 의미하는 소나무도 함께 그려져 있군요. 학은 천 년을, 소나무는 백 년의 수명을 상징한답니다. 그러니 이 그림은 “수천 년을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장수를 기원드리는 것입니다.
 

학과 소나무

학을 그린 그림을 <천수도(天壽圖)>라고 합니다. 천수를 누리듯 장수를 소망하는 것이지요. 대나무와 함께 그려졌을 땐 <축수도(祝壽圖)>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축수도는 부모님 생신날 술잔을 올리며 오래살기를 기원하면서 드리는 그림입니다. 단단하고 강건해 보이는 왕대나무 두 그루에 한 쌍의 학이 그려져 있으니 노부모님께 오래도록 백년해로하라는 <축수도>입니다.

 

◆ 이나나 작가는...

아트갤러리 빛 관장. 계명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와 계명대에서 동·서양 미술사를 강의하고, ‘미술의 사회적 역할’, ‘미술의 인문적 소통’, ‘예술로 재생되는 ‘구도심’을 키워드로 예술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을 운영 중이다. 또한 동양미술에서 <문인화의 연원과 근대 영남문인화의 형성에 관한 연구>로 대구와 김해 문인화를 비롯한 한국 영남지역의 근대 문인화의 형성과 발전에 주력하면서, 전통문인화의 현대적 계승을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 《문인화의 연원과 영남문인화》(2013), 《대구미술 100년 사》(공저 2016) 등이 있고, 논문은 《서병오와 근대 연남문인화 형성》(2011), 《김 해문인화의 미적 특질 연구》(2015) 외 다수가 있으며, 대구·경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위한 <우리 지역 스타작가 알아보기> 평론을 3년째 집필하고 있다. 현재 경상북도 건축미술 심의위원, 한국미술협회 평론분과 이사, 경북미술협회 평론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미술비평 빛과 삶 연구소’ 소장으로 포항의 구도심 지역 예술문화거리 정착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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