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전e] 학교는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늘날 학교는 그 본질에 해당하는 배움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엄기호는 학교에서 배움을 포기한 학생들을 ‘공부하는 아이들’과 ‘널브러진 아이들’로 구분한다. 공부하는 아이들은 입시를 위해 학습 내용을 선별하고 배움을 하나의 도구로 삼는다. 널브러진 아이들은 떠들고, 엎드려 자고, 마음대로 교실 밖을 드나들거나 삐딱한 자세로 교사에게 시비를 거는, 말하자면 수업시간에 ‘버티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이들이다. 이마저도 버티지 못하고 배움을 포기한,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이 수십만에 이르는 실정을 고려하면 등교라도 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일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는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이 2014년까지 누적 약 42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2012에 따르면 통상 해마다 6만여 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있으며, 학업을 포기하는 비율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증가해 고등학교가 전체 비율의 60%를 넘는다. 특히 상대적으로 유학, 해외출국 사유의 비중이 높은 초·중등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의 학업중단비율은 학교부적응에 의한 자발적 사유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부적응에는 성적부진, 관계,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2015년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다’거나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학교를 떠난 학생들 중거의 절반에 이르는 수(49.4%)가 정규학교에 복학하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다시 배움의 길을 모색한다. 학교에서 얻지 못한 배움을 거꾸로 찾아나서는 것이다. 배움을 찾아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 언제 떠날지 모른 채 버티고 있는 학생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교육의 길을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더이상 ‘경제적으로 더 윤택한 삶을 위해’라는 경고만으로는 배움으로부터 도피하는 학생들을 잡을 수 없다. 반대로 진정한 의미의 공부, 즉 배움의 진짜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전 일본 고베여자학원대학 교수는 교육이 제공하는 이익을 교육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교육과정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교육의 역설’이며, 이것이 교육을 성립시키는 바탕이라고 말한다. 요컨대, 깊이있는 학습을 하게 되면 그러는 동안 공부하는 이유를 깨닫게 되며, 이는 다시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동기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공부를 왜 해야 해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우리의 현명한 대처 중 하나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공부할 수 있도록, 즉 공부에 푹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일 수 있다. 공부가 주는 이익을 깨달을 수 있도록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상력을 활용하는 ‘깊은 학습’(Learning in Depth)를 제안한다.

 

◆ 김회용 교수는...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피츠버그대(Univ. of Pittsburgh)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경상대 교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린이 철학’, ‘사고력 교육’, ‘상상력교육’ 등 아동의 철학적 사유 능력 증진에 관심을 두고, 철학 이론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상력을 활용하는 학습이론인 ‘깊은 학습(Learnin in Depth)’ 프로그램을 초등학교에 적용해 교육학계와 학교 현장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저서로 《교육과 교육학》(공저, 2015), 《다문화 교육의 현황과 과제》(공저, 2008), 《교육철학 및 교육사》(공저, 2014), 《교육학개론》(공저, 2014), 《좋은 교육》(공저, 2007), 《질적 연구: 우리나라의 걸작선》(공저, 2008) 등이 있고, 역서로는 《상상력교육, 미래의 학교를 디자인하다》(공역, 2014), 《깊은 학습, 지식의 바다로 빠지다》(공역, 2014), 《교육연구의 철학》(공역, 2015), 《교육과 지식의 본질》(공역, 2013), 《머리 속의 수레바퀴》 (공역, 200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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